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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하이브리드카 전성시대다. 디젤차 퇴출에 속도가 붙고, 전기차는 주춤하는 흐름이다. 소비자들은 높은 기름값이 부담이고, 각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 속도가 기대 이하라 애가 탄다. 최근 2~3년동안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인기 많은 내연기관차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결합해 기름 소비를 줄였다. 익숙한 듯 낯선 차를 받기 위해 소비자들은 1년 이상 기다림도 감수한다. 하이브리드카는 이탈 고객이 적어 다른 차로 유도하기도 어렵다는 영업 일선의 앓는 소리도 나올 정도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하이브리드카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엔진)을 전기모터가 돕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일반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그렇지 않다. 주행 중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배터리 용량도 작다.

그런데 혼다는 일반 하이브리드인데도 주행 중 상당 부분을 마치 전기차처럼 전기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17일 혼다 브랜드 체험공간 '더 고'에서 혼다 본사의 기술 책임자들을 만났다. 

모토하시 야스히로 혼다 파워 유닛 개발 책임자.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모토하시 야스히로 혼다 파워 유닛 개발 책임자.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솔직히 연비 측면에선 어느 정도 손해를 본 측면도 있습니다."

혼다 하이브리드만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모토하시 야스히로 혼다 파워 유닛 개발 책임자가 내놓은 답변은 이례적이었다. 

현재 국내서 판매 중인 어코드 및 CR-V 하이브리드에는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발전용 모터와 주행용 모터를 별도로 탑재한다. 엔진은 직접 바퀴를 돌리기보다 주로 발전용 모터를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출발부터 대부분의 구간은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린다. 고속에서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구간(고속 크루즈)에서는 엔진과 바퀴를 직결, 가솔린차처럼 작동한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일상적인 주행 환경이라면 대부분 모터가 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가솔린 엔진이 동력계보다 발전기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맡는 구조 덕분에 혼다 하이브리드는 마치 전기차와 같은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주행에 엔진이 개입하는 빈도가 적다보니 주행 감각도 한층 개선된다. 모터와 엔진이 전환될 때 느껴지는 단락을 최대한 감출 수 있어서다. 

‘짠돌이 운전’만을 생각한다면 하이브리드카는 엔진의 개입이 적을 수록 좋다. 배터리 충전도 타력 주행이나 속도를 줄일 때 회생제동 장치를 이용하고, 엔진이 깨어나지 않는 구간에서 모터만으로 달리는 거리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면 된다. 이 자체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주유비를 아낀 기쁨보다 스트레스가 더 클 것이다.

혼다는 태생부터 주행의 즐거움을 강조한 브랜드다. 그래서 하이브리드에서도 운전자가 스트레스 없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모토하시 책임의 설명도 혼다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주행의 즐거움까지 고려하는 과정에서 연비 개선 효과가 조금 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올랐다. 길이 4970㎜, 너비 1860㎜, 높이 1450㎜, 휠베이스 2830㎜ 크기의 준대형급 하이브리드 세단이다. 

2.0ℓ 직분사 엑킨슨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4㎏f·m의 성능을 발휘한다. 덩치에 비해 숫자가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행은 최고 184마력, 최대 34.0㎏f·m 성능의 전기모터가 담당한다. 엔진은 주로 발전기 역할을 맡다가, 열효율이 최적화된 구간에서만 바퀴와 연결된다. 복합 ℓ당 16.7㎞로 국내 인증을 받은 효율도 만족스럽다.

이전 어코드보다 스포티한 성향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운을 띄우자 요코야마 나오키 어코드 글로벌 개발 총책임자는 “전기모터의 개입이 적극적이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전기모터가 내연기관보다 반응이 즉각적이고, 초반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만큼 역동적인 세팅에 유리하다는 것. 동시에 운전자가 고성능 내연기관차를 다룰 때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변속기 세팅에도 공을 들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e-CVT가 탑재된다. 실제 무단변속기(CVT)가 아니라 전기모터가 변속기 역할을 한다. 기술적인 성취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에게 더 다가오는 장점은 ‘심리스(seamless)함’ 일 것 같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가솔린 어코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느 구간에서 모터가 작동하는지, 이정도 속도면 엔진이 바퀴와 연결된 건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만큼 동력 변환이 끊김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만 접할 수 있는 ‘똑똑한 기능’들도 눈에 띈다. 우선 주행모드 중에 개인화(인디비주얼) 모드가 혼다 하이브리드 최초로 탑재됐다.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등 주행 감각을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주행 중 엔진으로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충전 모드’도 추가됐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리니어 시프트 컨트롤과 모션 매니지먼트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기능들이다. 일종의 가상 사운드인 리니어 시프트 컨트롤은 주행 중 속도와 페달 반응에 맞춰 운전자에게 역동적인 엔진음을 선사한다. 모션 매니지먼트는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를 통합 제어, 회전 구간에서 타이어 그립력을 높여준다. 가·감속 상황에서 차의 무게중심이 앞뒤로 쏠리는 피치현상을 전자장비들로 잘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친환경차를 타는 데 거창한 책임감을 갖고 경제적 부담이나 다소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혼다는 하이브리드카를 통해 '편하고 즐거운' 친환경차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는 하이브리드를 두고 '한 때의 유행'이라 치부하기도 하지만, 친환경차의 높은 문턱을 낮춘 공을 무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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