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나혜리 기자]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이 진압 수위를 높이고 학생들은 이에 저항하면서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언론들은 다음 달 졸업식 시즌을 앞두고 대학 측에서 교내를 정리하기 위해 경찰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25일(현지시간) 미 동부 보스턴 경찰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보스턴의 에머슨대에서 시위대 108명이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저항으로 경찰관 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온라인에 퍼진 여러 영상 속에는 학생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우산을 이용해 경찰에 저항하는 모습과 경찰이 시위자들을 바닥으로 밀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에머슨대는 이날 모든 수업을 취소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에 따르면 전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도 시위대 93명이 체포됐다.
LAPD는 대학 측의 요청에 따라 캠퍼스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신분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교내에 들어와 해산하지 않을 경우 무단 침입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대규모로 출동한 텍사스주 경찰이 학생들을 강제로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되기도 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전날 오후 9시 기준 이 시위와 관련해 34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지역 방송 영상에는 현장에서 피를 흘리는 지역 매체 폭스7의 사진기자가 응급 의료진에게 처치 받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대 훔볼트 캠퍼스에서는 시위대가 사흘째 건물 안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을 펼치면서 학교 측은 캠퍼스를 폐쇄하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하버드대에서는 학교 측이 여러 방법으로 시위를 차단하려 애썼지만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위원회' 활동금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고 시위대가 농성 텐트 14개를 설치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본격화해 캠퍼스 내 텐트 농성이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에서는 "지금 당장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란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학생들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업체와의 거래 중단’, ‘이스라엘 기업 등으로부터 돈을 받는 자금 매니저로부터의 기부금 수락 중단’, ‘이스라엘로부터 받는 자금을 더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요청하고 있다. 더불어 시위로 징계받거나 해고된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사면 등도 요구하고 있다.
상당수의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 연합' 등 학생 단체에 의해 조직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위 행위에 폭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캠퍼스가 안전하지 않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미 언론은 시위대와 대치 중인 각 학교마다 졸업식을 앞두고 학교 중심부에 시위 텐트가 가득 들어찬 상태로 졸업식을 열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하며 이에 공권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