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X사업부와 中 판세미 외 아직 고객사 없어
TSMC는 애플 퀄컴 브로드컴 등 대형 고객사 확보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지만 TSMC에 밀려 대규모 수주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의 3나노 공정 고객사는 같은 회사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중국의 판세미 두 곳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내년 출시될 갤럭시S25 시리즈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2세대 3나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3나노 1세대 공정부터 적용한 GAA는 트랜지스터 채널의 3개 면을 감싸는 핀펫 구조와 달리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막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였다.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의 또 다른 고객사인 판세미는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다. 2022년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의 첫 고객사였지만 주문량은 매우 적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대만 TSMC는 3나노 고객사로 애플, 퀄컴,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 업계 '큰손'을 확보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에는 TSMC의 3나노 공정이 적용된 AP ‘A17 프로’가 탑재됐다. 퀄컴이 올해 하반기 공개할 '스냅드래곤8 4세대'도 TSMC의 3나노 공정이 적용됐다.
TSMC의 3나노 공정은 기존 핀펫 트랜지스터 구조를 사용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GAA보다 낮은 단계의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앞서 GAA 구조를 도입했지만 급하게 기술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율과 신뢰성이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3나노 GAA부터 나노시트 형태를 이용해 트랜지스터를 구현했는데 이 구조의 난도가 너무 높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반도체 전문매체 EE타임즈는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런 이유로 TSMC가 오는 2025년까지 나노시트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나노시트(면)는 나노와이어(선)보다 진보한 기술로 평가된다.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하기 위해선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폭이 넓어야 한다. 나노와이어처럼 가느다란 구조는 충분한 전류를 얻기 어렵다.
나노시트는 와이어 형태의 채널 구조를 얇은 종이 모양으로 만들어 채널이 게이트에 닿는 면적을 늘린 것이다. 이 방법으로 전류량을 증가시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굵직한 외부 고객사를 확보할 때까지 '보릿고개'를 넘는 모양새다. 파운드리 서비스에서 3나노 공정의 비중은 작지 않다.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전체 매출에서 3나노 공정은 15%를 차지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2세대 3나노 공정의 양산을 시작하고 2나노 공정은 내년 시작할 계획이다. TSMC도 내년 2나노 공정에 돌입하고, GAA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 2나노 공정에서 퀄컴이 고객사로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퀄컴은 삼성전자에 2나노 AP 개발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퀄컴은 2022년 상반기 최고급 AP 양산을 위해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을 이용했다가 이후부터는 TSMC의 최신 공정으로 갈아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MX사업부가 갤럭시S 시리즈에 자체 AP인 엑시노스 탑재를 최근 늘리면서 퀄컴 칩 양산에 대한 삼성 파운드리사업부의 협상력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