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서비스 구매 시 보험상품 내장 서비스
성장 가능성 높은 '미래 먹거리'로 각광
각종 규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소비의 주체가 MZ세대로 점차 변화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보험사의 마케팅도 발전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약관이나 대면 영업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임베디드(Embedded, 내장형) 보험'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보험과 친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보험 가입도 서서히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아직 임베디드 보험과 관련된 규제가 많고 취급 가능한 상품이 제한적이면서 임베디드 보험 성장은 더딘 상황이다. 2030년까지 약 7000억달러 이상의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임베디드 보험이 국내 보험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선 보험사들은 사업모델을 살펴보고 금융당국 역시 관련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3일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goodoc)과 제휴해 두 번째 임베디드 보험 '굿데이 건강서비스'를 선보였다. '굿데이 건강서비스'는 '굿닥'에서 병원 접수나 예약을 한 사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가입 완료와 동시에 식중독 입원, 특정법정감염병진단 등 8가지 담보에 대해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달 처음으로 임베디드 보험 '삼성 굿데이 일상생활플랜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이 보험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오픈플랜'과 제휴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며 담보를 세분화한 32종의 특약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조립형 구조로 설계됐다.
'임베디드 보험'은 비보험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 구매 시 보험사의 보험상품이 내장돼 제공되는 서비스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파손 보장·보증기간 연장 서비스나 여행사가 항공권을 판매할 때 여행자보험을 포함하는 형식으로 판매된다.
임베디드 보험을 처음 선보인 곳은 미래에셋생명이다. 지난해 6월 건강기능식품기업 지엠팜과 함께 '지엠팜케어'를 출시한 미래에셋생명은 지엠팜 건강기능 식품 구매 시 미래에셋생명 '튼튼미니건강보험'의 보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또 미래에셋생명은 M2E(Move to Earn) 서비스 앱 '가자고' 개발사 이지테크핀과 함께 보험 상품 구매는 물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두 번째 임베디드 보험도 선보였다.
디지털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보도 인터파크트리플과 제휴를 맺고 여행 취소 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보장해 주는 보험인 여행취소보험을 내놨다. 이 보험은 해외여행 중 발생한 사고만 보장하는 여행자보험과 달리 고객 변심에 따른 여행 취소 수수료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가전제품의 수리비용을 보장하는 'let:안심가전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TV와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생활가전 외 세탁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 19대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KB손해보험은 오는 13일까지 대학생을 대상으로 '임베디드 보험 신상품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롭고 신선한 임베디드 보험 상품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이 기대된다"며 "KB손해보험은 앞으로도 임베디드 보험 관련 다양한 플랫폼과의 제휴 확대 및 새로운 상품, 서비스 출시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무한한 성장성' 위해 임베디드 보험 집중
보험사들이 연이어 임베디드 보험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한한 성장성'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임베디드 보험의 시장가치는 2030년까지 약 7000억달러(92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건강 분야까지 인슈어테크 기술을 적용하면 임베디드 보험은 약 3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임베디드 보험을 통해 일상생활 전반에 보험이 적용되면 보험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고객이 신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인식이 덜하기에 지금 같은 보험 저성장 시대에 부합하는 상품이다. 또 이러한 임베디드 보험을 통해 보험 산업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보험사 역시 포화된 국내 보험시장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임베디드 보험을 통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고객들이 보험의 허들을 낮출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MZ세대와 보험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 관계자는 "임베디드 보험은 소비자가 직접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 가격에 보험 관련 비용이 간접적으로 포함돼 있어 지불 용이성도 높아진다"며 "친숙한 상품들을 통해 보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 고객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각종 규제가 성장 장애물로
다만 국내 보험시장에서 임베디드 보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은 보험업계의 향후 과제 중 하나다. 글로벌 보험시장은 임베디드 시스템을 필수 요소로 삼고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과 접목시키고 있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획기적인 시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인슈어테크사의 보험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보험업 감독규정을 이미 개정한 바 있지만 취급 가능한 상품이 제한적인 데다 여전히 규제 일변도의 시장 환경은 임베디드 보험 성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임베디드 보험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또 고객이 원하지 않아도 보험료 납부가 강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임베디드 시스템은 더욱 고도화되고 더욱 많은 산업에서 활용될 텐데 보험사들도 뒤처지지 않게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며 "임베디드 보험의 성장세와 사업모델을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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