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로 인해 보험사 적자 폭 커져
금융당국 나섰지만 근본적 원인 해결해야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적자가 2조원까지 불어났다. 과잉 진료·의료 쇼핑 등 '비급여'(국민건강보험 미적용) 진료로 인한 보험사들의 손해율과 적자 폭이 커지면서 내년 실손보험료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급여' 항목을 악용하는 일부 병의원과 환자들로 인해 보험사는 적자를, 일반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 부담이 가중되면서 금융당국도 내년 초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다만 이미 실손보험료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상생 금융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 실적'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은 지난해 1조973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적자 규모(1조5301억원) 대비 29%(4437억원)나 늘었다.
지난해 비급여 보험금은 8조126억원으로 전년(7조8587억원)보다 1539억원(2%)가량 늘었다. 앞서 2022년 대법원이 백내장의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과 관련된 판결을 내놓으면서 비급여 보험금은 줄었지만 백옥·태반·마늘주사 등 비급여 진료가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비급여 보험금도 다시 늘었다.
보험금이 늘자 보험료 수익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 역시 2022년 말 101.3%에서 지난해 말 103.4%로 높아졌다. 세대별로는 3세대 손해율(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이 137.2%로 가장 높았다. 4세대(113.8%, 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1세대(110.5%, 2009년 9월 이전 판매)도 손해율이 100%를 상회하는 등 대다수 상품의 손해율이 높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비급여 항목으로 인한 적자가 늘고 있는데 지난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추가로 늘면서 보험금 누수가 심화하고 있다"며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보험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 보험료 늘고 필요한 사람은 혜택 못 받아
실손보험 관련 적자가 계속되면서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는 지속적으로 늘고 일반 가입자가 내야 하는 보험료 역시 매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2012년 이후 라이나생명, 신한라이프, AIA생명 등 14개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 사업에서 철수했다.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마저 손해율이 110%를 넘으며 적자를 기록하자 손실을 이겨내지 못한 중소형 보험사들의 결국 상품 판매를 접게 된 것.
또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의 신규 가입 문턱을 높이면서 70대 이상의 고령자와 유병력자처럼 정작 보험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되레 밀려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신규 가입자에 한해 65~70세로 가입 연령 상한을 두고 있다.
보험료 역시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매년 15%의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100%를 넘어갈 경우 보험료를 올려 적자 규모를 줄인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에 따른 적자가 이어지면 보험료는 향후 5년간 두 배 이상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 빼먹기 등으로 인한 실손보험 적자는 결국 보험료를 끌어올려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가입을 막는 보험사들도 손해율 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나섰지만 개선안보단 실질적인 대안 우선
실손보험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보험료 역시 또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 등과 보험개혁 회의를 열고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세부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보건당국, 금융당국 등 관계 부처, 전문가들이 논의해 내년 초까지 제도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개선안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 위주의 상생 금융을 통해 실손보험료를 동결하고 단속을 강화해 의료기관과 환자 간 이뤄지는 보험료 누수를 막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내고 혜택을 받지 않는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각 항목마다 통원 1회당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상품구조 개선을 통해 피해를 받는 가입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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