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이은 보험료 관련 카드 출시
2% 수수료 놓고 인하 요구에 갈등 계속
보험·카드업계 싸움에 결국 소비자만 피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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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두고 카드업계와 보험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가 소비자들의 편의를 주장하며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전용 카드를 만들자 수수료 문제로 인해 그간 활성화에 비협조적이었던 보험업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소비자 편의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카드납을 확대해야 한다는 카드사와 결제수수료 인하가 먼저라는 보험사 간의 '강 대 강' 대치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을 위한 편의성 증대는 기약 없는 기다림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들은 연이어 보험료를 결제하면 캐시백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롯데카드는 자동차·손해·생명보험료 결제 시 지난달 실적에 따라 월 최대 2만5000원까지 혜택을 제공하는 보험료 전용 카드 '보험엔로카'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보험료 연납 상품이 많은 자동차보험의 특성에 맞춰 자동차보험료 일시불·할부 결제 시 지난달 실적에 따라 매달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또 자동차보험료 20만원 이상 결제 시 연이율 7%로 12개월 저리 할부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담겼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보험사가 설정한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한 보험 상품의 자동결제와 오프라인 결제가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삼성카드도 '삼성 iD VITA 카드'를 선보였고 신한카드 역시 신한라이프와 협업해 '더 프라이드 신한카드'를 출시하는 등 카드업계는 이미 보험료 카드납 확대를 염두에 두고 혜택을 강화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관련 상품 출시를 앞둔 카드사들도 있다"며 "물꼬를 튼 이상 다른 카드사들의 보험료 혜택 카드 출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가 지난 2월 출시한 '보험엔로카'. 사진=롯데카드.
롯데카드가 지난 2월 출시한 '보험엔로카'. 사진=롯데카드.

◇ 2% 수수료 갈등 해결해야

카드사의 연이은 보험료 전용 카드 출시에 보험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카드·보험업계가 서로 만족할 만한 수수료율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관련 혜택을 갖춘 카드를 내놓으면서 보험료 카드납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가 보험사에 적용하는 카드 수수료율은 2% 초반대다. 실제 소비자가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보험사는 카드사에게 현 2%대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10만원일 때 2000원 가량이 카드사가 떼어간다는 의미다.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종신보험만 봐도 월 보험료가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다양한데 현재 카드 수수료율을 고려하면 만기까지 50여만원의 금액을 카드사에 내야 한다"며 "한두명도 아니고 수백만명의 수수료는 보험사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두 업권간의 수수료 문제는 보험료 카드 결제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20여 년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2%대의 수수료율을 1%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요구한다. 은행의 예·적금과 유사한 저축성보험은 현재 카드 수수료율을 더한다면 타 업권 저축상품과의 금리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카드업계는 대형 가맹점에 속하는 보험사에만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정한 적격 비용에 따라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어 대형 가맹점의 경우 원가 이하로는 가맹점 수수료 책정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특정 업권의 수수료만 낮출 수는 없다"며 "카드사와의 합의보단 금융당국과의 합의가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보험료 카드납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유도하고자 보험사별 카드결제 여부를 비율로 보여주는 '카드납 지수'를 개발하고 2018년 4월부터 각 협회에 공시하도록 했지만 소비자 편의가 확대되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해법 찾기 실패에 결국 소비자만 피해

결국 카드사와 보험사, 금융당국까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특정 금융계열사의 카드를 써야만 카드납이 가능하거나 보험료 자동이체 불가나 고객센터 방문 시에만 자동이체 등록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감수하면서 보험료를 카드로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비율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생보사의 신용카드납 지수(금액 기준)는 4.0%, 손보사는 30.2%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동차보험 카드납 비율이 80%에 달해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할 경우 손보사의 카드납 비율은 14.8%다.

또 일부 보험사는 신용카드 자동결제를 통한 보험료 납입을 까다롭게 하거나 아예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 방식 등으로 보험료 카드납을 꺼리면서 결국 불편만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 수수료만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등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두 업권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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