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 소송전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한화오션이 한국형 구축함(KDDX) 등 수상함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한화오션이 한국형 구축함(KDDX) 등 수상함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K-방산의 팀웍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산업체 지정 시기는 오는 9월로 예상되며 두 업체 간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갈등이 소송전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국내 방위 산업 전반적인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페루 등 중남미뿐만 아니라 호주 호위함, 캐나다 잠수함 등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K-방산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단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해외 시장 이슈에 대응하려면 어느 때보다 팀으로 뭉치는 게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국내 대표 기업 간 어수선한 상황은 밖에서 볼 때 좋아 보일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해외 수요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 중인 것을 생각하면 국내 조선업 역사에서 지금 같이 좋은 기회는 없었다”면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정부와 오너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법정 싸움이 지속될수록 국내 기업의 명성에 흠집만 낼 것”이라며 “이는 특히 공정거래 등 기준이 까다로운 유럽시장 진입에 있어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KDDX는 선체뿐만 아니라 다기능 레이더, 전투체계 등 모두에 국내 기술이 적용되는 첫 사례로 ‘한국형 이지스함’으로도 불린다. 국내 최초란 타이틀이 달렸기 때문에 향후 특수선 사업에 있어 막대한 부가가치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군함·해군 함정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 약 902억달러(약 123조8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이번 사업의 방산업체로 한 곳만을 선정할 경우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는 수의계약으로 정해진다. 기본설계를 했던 기업이 상세설계 및 초도함까지 맡았던 게 업계의 통상적 관례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 측은 수의계약까지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군사기밀 유출 논란을 두고 HD현대중공업 임원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수사 등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수의계약 허용은 납득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KDDX 등에 대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에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임원 개입의 의혹도 함께 제기됐지만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진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수준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확인됐을 시 5년간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HD현대중공업으로선 최악은 피한 셈이다. 이에 한화오션은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당시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직원 2명은 지난 3일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기 위한 한화오션의 기자설명회 때 언급된 당사자들이 직접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KDDX 사업 이행도 덩달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의계약 선정 결과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진흙탕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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