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나혜리 기자] '음주운전·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19일 그가 음주운전을 인정한 뒤 이뤄진 첫 소환 조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오후 2시께 김호중을 불러 사고 당일의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들어간 김씨는 약 3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 앞에 서고 싶지 않다"며 약 6시간 동안 귀가를 거부하다 출석 9시간 만인 오후 10시40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모자와 안경을 쓰고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경찰서를 나온 그는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차량에 올랐다.
김씨의 변호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 관계를 인정했고, 마신 술의 종류와 양도 구체적으로 경찰에 말했다"고 조사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한순간의 거짓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했고 뒤늦게라도 시인하고 국민들한테 용서를 구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노여움을 풀어주시고, 변호인으로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가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간 것은 특혜라는 논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신축 경찰서는 설계 때부터 피의자가 지하로 출석할 수 있도록 한다. 경찰이 피의자 관련 특혜를 줬다거나 피의자 본인이 특별히 요청을 한 것은 아니고 공보 규칙에 맞게 평소 하던 대로 절차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비공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변호사는 "경찰청 공보규칙상 경찰관서의 장은 피의자 출석 조사에 있어 사진촬영 등을 허용해서는 안 되고 보호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유명 가수이고 사회적 공인인 관계로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마땅하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점을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와 김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위드마크(Widmark·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것) 공식을 활용해 음주운전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사고 후 매니저가 경찰에 허위 진술한 점, 사고 전후 김씨가 이용한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하나도 확보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소속사측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김씨는 사고 뒤 현장을 떠나 17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음주 의혹을 강력 부인하던 김씨는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난 19일 밤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시인하고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