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해외 식품사업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 앞서
“전 세계인이 적어도 일주일에 1회 이상 한식 먹게 할 것”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 A씨는 마우이섬의 작은 마을 ‘하나’에 있는 슈퍼마켓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고작 인구 1500여 명이 거주하는 지역의 슈퍼마켓 매대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가공밥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슈퍼마켓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작은 구멍가게 정도의 매장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한국 가공식품을 만났다는 게 정말 놀랍고 신기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K-컬처 전성시대다. BTS를 중심으로 한 K-팝이나 영화,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는 K-푸드, 식문화의 글로벌 확산세가 뚜렷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해외 소비자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음식은 취식 경험과 인지도를 종합한 결과 일식과 중식에 이어 3위에 올랐다.
K-푸드와 식문화 글로벌 확산의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CJ제일제당이 빠질 수 없다. 글로벌 브랜드인 ‘비비고’를 앞세워 전 세계 식품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해외에서 기록한 가공식품 매출만 약 5조3861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K-푸드 브랜드 비비고의 탄생
2011년 CJ제일제당은 CJ푸드빌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비비고를 론칭했다. 기존 개별 브랜드 단위로 해외에서 판매되던 모든 K-푸드 제품의 브랜드도 모두 비비고로 바꾸며 브랜드 통합에 나섰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비비고라는 K-푸드 대표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차가운 현실을 절감하던 시기였다.
미국 식품 영업 담당자인 B 과장은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메시지 10번을 남기면 답이 한 번 올까 말까였다”며 “겨우 약속을 잡고 만난 한 마트 바이어는 입사 석 달된 신입사원이었고, 그나마도 우리 제품에 대해 길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이에 굴하지 않고 비비고를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K-가공식품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비비고가 K-간편식의 대명사로 재탄생한 것이 바로 이때다.
꾸준하게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던 CJ제일제당에서 대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19년 초에 완료된 미국 냉동식품기업 슈완스 인수였다.
슈완스 인수는 K-푸드가 미국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CJ제일제당은 이듬해 양사의 B2C 유통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미국 전역의 3만 개 이상 점포에서 비비고를 비롯한 아시안 푸드 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통해 슈완스도 일본의 아지노모토를 제치고 미국 아시안 푸드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분기 식품사업의 해외 매출(1조3867억원)이 국내 매출(1조380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미국 식품 매출 역시 2018년 3649억원에서 지난해 4조3807억원으로 1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신시장 진출, 거미줄 같은 K-푸드 영토 확장
CJ제일제당의 시선은 이제 유럽을 비롯한 신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2년 독일에서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를 열고 이 지역에서 식품 사업 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2022년 5월에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인 영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2018년 인수한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와 글로벌 생산→수출 첫 모델인 베트남 키즈나 공장 등의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미진입 국가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태국과 호주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호주에서는 현지 최대 대형마트 체인인 울워스의 전체 1000여 개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판매하는 등 메인스트림 시장에 진입하며,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댛ㅆ다.
현재 프랑스에 현지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파리올림픽을 기점으로 K-푸드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 1월에는 사업 가속화를 위해 말레이시아 시장도 나섰다. 할랄 인증을 받은 첫 비비고 만두 3종(치킨·매운치킨·불고기)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생산시설은 총 33개(미국 19개, 중국 5개, 호주 1개, 일본 4개, 독일 1개, 베트남 3개)며, 제품 판매 국가 수는 70개국 이상으로 늘었지만, K-푸드 세계 제패기는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다.
이재현 회장이 글로벌 진출 초기부터 “전 세계인이 적어도 일주일에 1회 이상 한식을 먹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한식을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도전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