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고성장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 전력 수요를 촉발하며 관련 업계에 호황을 불러왔다. 전력 생산시스템 효율화, 전력 수요·공급 매칭 등 AI 생태계로 파생하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재생에너지를 여러 국가 및 지역과 연계하기 위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망과 각종 해저케이블, 전력 분산화 기조에 따른 ESS(에너지저장장치) 저변 확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업계는 ‘전력 빅뱅’의 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HD현대의 에너지 부문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본격적인 시설 투자에 나섰다. 3분기에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알라바마 생산법인 증설을 결정한데 이어 12월엔 충북 청주 중저압차단기 신공장 건설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중저압차단기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현재의 약 2배인 1300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청주 신공장이 내년 10월쯤 완공되면 기존 2곳(경기 안성, 중국 강소성 양중)에서 생산 라인이 확대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생산 및 수주 주기가 긴 대형 전력제품군의 시황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공급자 우위인 현재 구조가 향후 역전될 상황을 고려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생산된 전력이 최종 수용될 때까지 필요한 배전 기기 수요에 주목하며 양산품 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 생산과 송전에서 전력기기 수요가 다 채워지면 이후 배전 계통에서의 수요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며 “전력 변압기뿐만 아니라 배전반, 중저압차단기 등 배전 기기까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2개국에서 20여곳의 글로벌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중동 등 기존 해외 공급망에 더해 유럽, 오세아니아까지 시장을 다변화 중이다. 지난달에는 영국 전력회사 내셔널그리드와 821억원 규모의 전력기기(변압기 9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 알라바마 생산법인 매출은 2022년 1억8800만달러(약 2602억원)에서 지난해 2억1900만달러(약 3032억원)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국 양중 생산법인 매출은 7400만달러(약 1024억원)에서 8200만달러(약 1135억원)로 뛰었다.
중동 지역 매출도 △2021년 2676억원 △2022년 3904억원 △지난해 5651억원으로 오름세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요와 고유가 기조로 우호적인 수주 환경이 마련됐다.
2021년 론칭한 친환경 전력기기 브랜드 ‘그린트릭(GREENTRIC)’을 통해선 친환경 변압기, 친환경 고압차단기, 친환경 배전반, 엔진 일체형 축발전기 등 제품군을 구축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미래형 송배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이템을 확대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연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수요·공급 관리의 효율화는 신사업의 핵심이다. 전력변환시스템(PCS),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1년 PCS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 HD현대플라스포를 인수하며 교두보를 마련했다. 전력변환장치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기술 우위의 영업을 이어가면서 차량용 연료전지, 선박용 연료전지 등으로도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8010억원의 매출과 12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178%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288억원에서 934억원으로 224% 급증했다.
2021년 매출 1조8060억원과 영업이익 100억원이었던 실적은 2022년 매출 2조1045억원·영업이익 1330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지난해엔 매출 2조7030억원·영업이익 3150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