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고성장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 전력 수요를 촉발하며 관련 업계에 호황을 불러왔다. 전력 생산시스템 효율화,  전력 수요·공급 매칭 등 AI 생태계로 파생하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재생에너지를 여러 국가 및 지역과 연계하기 위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망과 각종 해저케이블, 전력 분산화 기조에 따른 ESS(에너지저장장치) 저변 확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업계는 ‘전력 빅뱅’의 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홍성일반산업단지 내 일진전기 초고압 변압기 및 초고압 차단기 공장. 사진=일진전기 제공
홍성일반산업단지 내 일진전기 초고압 변압기 및 초고압 차단기 공장. 사진=일진전기 제공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일진전기는 해외 사업 비중을 올해 5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중동, 동남아의 전력 인프라 수요를 잡아 성장 기반을 확충할 방침이다.

일진전기는 지난해 11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자체 보유금 300억원을 더해 1300억원을 초고압변압기 및 전선 설비 증설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미국 변압기 시장과 유럽·중동의 케이블 시장에서 대형 수주가 늘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투자다. 

일진전기는 전력기기와 케이블을 동시 제작·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송변전 및 배전에서 사용되는 케이블과 중전기(변압기, 차단기 등)를 모두 다룬다. 

2022년 2억1500만달러(약 2940억원)였던 회사의 중전기 부문 수주잔고는 지난해 11월 기준 7억달러(약 9570억원)를 넘어섰다. 케이블 부문에서도 지난해 3분기 5억8000만달러(약 7930억원)의 수주 잔고를 기록하며 2022년 3억9900만달러(약 5456억원) 대비 급증했다.

친환경 72.5kV 절연개폐장치 시험 현장. 사진=일진전기 제공
친환경 72.5kV 절연개폐장치 시험 현장. 사진=일진전기 제공

일진전기는 미국 동부의 에너지 전문 기업과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4318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345kV(킬로볼트) 변압기 등 15종 제품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에는 500kV급 변압기를 납품했을 정도로 미국 시장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차단기는 글로벌 수준인 420kV급의 개발을 마치고 판매를 위해 고객사의 벤더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일진전기 관계자는 “벤더 등록 이후 중동 등 해외 시장 입찰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HVDC에선 320kV급에 이어 525kV급 개발에 나서며 선두 기업을 추격 중이다. 

원가 경쟁력과 친환경은 회사가 설정한 중장기 성장동력이다. 저가 수주 근절 등 품질제고에 관한 전략을 수립해 프로젝트 초기부터 적용 중이며, 국내 최초로 72.5kV 친환경 절연개폐장치(EGIS) 개발에 성공했다. 유사시 전류를 신속 차단하는 EGIS는 재생에너지 전력 계통에 필수인 미래형 전력기기로 꼽힌다. 

미국에 납품된 500kV 초고압 전력 변압기. 사진=일진전기 제공 
미국에 납품된 500kV 초고압 전력 변압기. 사진=일진전기 제공 

일진전기는 올해 1분기 3410억원의 매출과 1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9% 증가했다. 실적은 최근 5년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9년 668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조2467억원으로 87%가까이 뛰었다.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114억원에서 608억원으로 5배 넘게 급성장했다.   

황수 일진전기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을 강조하며 △시장 다변화를 통한 성장과 수익성 확보 △친환경·고효율 신제품 개발 확대 및 미래사업 발굴 등 5가지 추진 사항을 발표했다.

황 대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진전기가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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