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발시기 비슷한 대만보다 뒤처져” 울상
“민간 개발사에 리스크 떠넘기는 구조 한계” 지적도

한국 해상풍력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해안 낙조를 배경으로 서 있는 60MW급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의 풍력타워. 사진=(주)한국해상풍력 제공
한국 해상풍력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해안 낙조를 배경으로 서 있는 60MW급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의 풍력타워. 사진=(주)한국해상풍력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해상풍력 개발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초기자본이 많이 드는 데다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데 정부가 역할을 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17일 관련업계에선 2000년대 초반 풍력터빈 제조 선도국이던 한국이 2011년 즈음 비슷한 시기에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대만, 영국, 독일에 비해 현재 매우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상업용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제주 탐라(30MW), 서남권(60MW), 영광(34.5MW) 등 3곳에 불과하다. 실증용 해상풍력을 포함해도 발전 규모가 2.041GW에 그친다.

반면 2012년부터 해상풍력을 시작한 대만의 경우 설비용량이 2.1GW에 달하고, 이 가운데 89%인 1.86GW를 지난 2년 동안 새로 설치했다. 영국은 해상풍력 설비용량이 13GW에 달하는 걸로 추산되는데, 작년 10월 개장한 도거 뱅크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대만과 한국의 전체 설비용량을 넘어서는 3.6GW 규모다. 독일은 8.1GW의 해상풍력을 설치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한국이 해상풍력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무관심을 꼽고 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2022년 9월 ‘한국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제언’ 보고서를 발간하며 한국의 해상풍력이 △개발 독점권 부여 이전부터 위험을 전가하는 정부 △복잡하고 느린 인허가 절차 △낮은 주민 수용성 △느린 전력계통 승인절차와 불확실성 △예측이 어려운 수익 예측 기제(mechanism) △글로벌 기업과 한국 정부 간 협력 부족 △복잡한 부품 국산화 규정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허가를 일괄처리하는 시스템을 정부 주도로 마련하고, 해상풍력 발전차액계약(CfD)을 도입하며 원활한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의 지적대로 한국의 해상풍력 사업은 척박하다. 해상풍력 발전차액계약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입법에 나섰지만 정쟁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또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잦은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국조실 조사 등으로 사업자들이 위축되고 있다. 최근 100MW급 해상풍력 개발에 나서면서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른 낙월해상풍력의 경우 자본금 조성, 관련 특수목적법인, 자금 출연기업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해상풍력이 추진하는 400MW 서남해상풍력 시범사업은 공동접속선로가 지나가는 고창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부안으로 변경됐다.

대만의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단지. 그림=대만 경제부 제공
대만의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단지. 그림=대만 경제부 제공

반면, 대만은 해상풍력사업을 정부 주도로 벌이면서 민간 기관의 역량을 개발하고 기업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술평가기업인 CR Classification Society(CR)이다. 1951년 설립된 이 회사는 비영리단체로 대만 정부가 해상풍력을 개발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재생에너지 심사, 프로젝트 검수, 기술 컨설팅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비영리 민간전문기관인 선박 해양 R&D 센터(USDDC)는 대만의 해상풍력 정책 드라이브에 발맞춰 해양 엔지니어링과 선박 디자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 경제부와 전력산업협회가 1983년 설립한 시험인증센터(ETC)의 경우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해상풍력 시험인증 기준을 마련했다.

대만 해상풍력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지멘스-가메사 재생에너지, 베스타스 윈드 시스템, 타산상해운, 프레데릭 올손 윈드캐리어, 카들러 A/S, 솔스타드 해상풍력 ASA, MMA 해상풍력, 시미즈 등 외국계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이 대만에 대거 진출해 있다.

2010년 해상풍력단지를 최초로 개발해 조기에 해상풍력 선도국으로 부상한 독일은 2026년까지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4GW를 더해 12GW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설정한 설비용량은 2030년까지 14.3GW다.

지평선을 풍력발전기로 메운 독일. 사진=정익중 제공
지평선을 풍력발전기로 메운 독일. 사진=정익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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