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공청회에 1000여명 참석…"사공 많아 산으로 갈 우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해상풍력법안을 두고 사업자, 지자체, 정부부처, 주민들이 저마다의 요구를 분출하고 있다. 한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고 제각각 이어서 입법이 지연될 우려가 팽배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지난 12일 마련한 '해상풍력특별법 공청회'에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이 난무했다.
이날 1000석 규모의 홀을 가득 메운 사업자, 지자체, 정부부처, 주민 등 해상풍력 참여자들은 제1장 총칙부터 제6장 벌칙 및 부칙까지 각각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사업자'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자’를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로 한정한다면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사업자만 법안의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해상풍력사업 진행 의사가 있는 외국계 자본이나 풍향계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업자들은 모두 배제된다. 따라서 '사업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달라는 게 참석자들의 요구였다.
해상풍력에서 전력계통 연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해상풍력'의 정의에 전력계통, 공동접속설비, 공용송전망 내용을 명기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특히, 사업자와 주민들은 ‘공동접속설비’에 관심이 많았으며, 각자의 입장도 달랐다. 공동접속설비는 해안에 위치한 전력계통 인입선에서 육지의 송변전설비까지 연결하는 전력선이다.
주민들은 공동접속설비로 인해 삶의 터전이 망가지는 걸 우려했다. 한국전력의 경우 주민수용성, 인허가, 엔지니어·조달·건설(EPC)를 대행할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사업자들은 공동접속설비 사업의 이익 여부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한국해상풍력은 서남해상풍력 400MW 시범사업의 계통 인입선을 당초 고창에 둘 생각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부안으로 옮긴 사례가 있다.
국무총리 산하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에 주민수용성 확보와 보상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를 확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해상풍력사업을 위해 구성될 민관협의회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요구도 있다.
해상풍력사업에 전기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영향평가 의무를 부여하는 환경부, 어민들의 주민수용성을 개선하겠다며 해양수산부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해수부가 해상풍력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이런 요구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상풍력 사업지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할 별도의 보상 책정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어업피해보상과 주민참여 지원 사업에 대해 사업자 업무를 대행할 기관으로 한국부동산원을 언급했다 .
풍황계측기와 전기사업허가 등에서 기존 사업자의 지위를 보호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참여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풍황기 계측 과정에서 시설설치와 데이터 확보 비용이 발생하고 데이터도 가치가 있다며 이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산업부는 풍황기 계측 사업만 진행한 후 사업권을 사고 파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기존 사업자들의 주장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주류를 이루는 신규 사업자들은 사업권을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기존 사업자들의 요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해상풍력산업 진흥’이란 개념을 적용할 범위를 대규모 실증단지로 한정하고 국산 보호와 안보에 국한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내 풍력터빈 제조사들이 경쟁력에서 외국보다 뒤처지는 만큼 국산을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대규모로 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당연히 외국 풍력터빈 제조사들은 이같은 주장을 반기지 않는다.
이 밖에 지자체의 해상풍력사업 인허가권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의견은 중앙부처 관계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해상풍력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면 중복투자, 시장과열 등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중앙부처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해상풍력 참여자들의 각기 다르고 상충되는 요구는 해상풍력 특별법이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공동접속선로 사업의 경우 한전은 민간에 맡기려 했으나, 전력연맹이 이를 민영화로 받아들이며 반대해 논의가 교착상태다.
이날 현장에선 해수부 공무원 출신을 자청하는 유투버까지 나서 “어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해수부가 공유수면점사용 허가권을 이용해 해상풍력발전 사업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대만, 영국의 사례처럼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을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