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준공, 최초·유일 해상변전소 ‘정상 운영 중’
해상풍력탑, 어초 지키는 어로 버팀목 역할…어민 ‘호평’
[전북 고창=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서울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인 전북 고창에 한국해상풍력발전운영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철탑이 종류별로 들어선 한국전력연구원 부지 전면에 위치한 이곳은 60MW급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다.
전북 부안군 위도와 전남 영광군 안마도 중간 해상에 위치한 서남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는 일부 어민들의 오해로 착공시기를 늦춰오다가 2017년 5월 착공해 2년 7개월 뒤 준공했다. 준공식은 착공 때와 달랐다. 재생에너지 육성을 표방했던 전임 정부 시절 개최한 행사여서 준공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리고 4년 6개월이 흘렀다.
16일 만난 한국해상풍력발전운영센터의 양인선 센터장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해상변전소가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면서 안전하고 무리없이 작동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해상풍력탑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고 있어 고창과 부안 어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자켓 방식으로 제작된 풍력구조물은 제 기능에 맞게 안전하게 풍력터빈을 떠받치며 발전을 돕고 있었다.
2011년 11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회사, 풍력설비개발사들은 해상풍력사업 추진 협약식을 갖고, 다음해 12월 7일 한국전력과 산하 발전공기업 6곳은 ㈜한국해상풍력을 설립했다. 숫자 ‘1’이 6개 있어 길하다는 날에 해상풍력사업 협약식이 열렸지만, 추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어떤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어떤 에너지원이 한국의 산업에 적합한지 토론하자"고 제안하며 해상풍력사업을 대놓고 반대하기도 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를 몇차례 방문했어도,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 현장에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부안과 고창 주민들도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색안경 끼고 보기 일쑤였다. 원전 인근 주변지역에 지급되는 보상금 수준으로 부안 현지 주민에게도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기자는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둘러싼 주민들의 이전투구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 김을 양식하는 현지 주민이 그 내용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서남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는 서해안에서 해상풍력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각종 기자재를 곳곳에 설치해 성능을 테스트하고 검증받기도 했다.
한해풍은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설치한 20기의 풍력발전기 가운데 19개에 자켓 방식의 하부구조물을 적용했다. 이 구조물은 4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별탈없이 풍력터빈을 지탱하고 있다. 서해안 뻘 아래 깊이 2.2~2.6m 이상 되는 곳에 해저케이블을 매설했다. 서해안을 오가가는 어선 활동에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검증 데이터들은 서해안에서 진행되는 신안해상풍력, 영광낙월해상풍력 등을 기획하는데 기초가 됐다.
풍력하부 구조물로 설치방법으로는 모노파일, 자켓방식, 석션방식 등 여러가지가 있다. 한해풍은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자켓방식과 석션방식, 두가지를 설치했는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풍력터빈과 블레이드가 대형화되는 추세에 맞추기 위해 자켓방식을 주종으로 택했다.
한해풍은 자켓방식의 풍력하부 구조물을 설치하면 의외의 부수효과가 있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서해안은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라 인공어초를 고정하기 힘든데, 풍력하부 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했다. 자연스럽게 풍력하부 구조물을 중심으로 해양생태계가 형성됐고 이는 어민들에게 좋은 수익원이 됐다.
양 센터장은 “직선 길이 800m 간격의 풍력발전기 사이에 어로와 통항로를 마련해 부안과 고창 어민들에게만 개방하고 있다”며 “어획량이 많아 어민들 사이에서 ‘며느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 어장’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착공과 출범 당시 우려와 달리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는 지역 어민들에게 호평받는 모양새다.
바다 한가운데 설치돼 염분으로 인한 부식이 우려됐던 해상변전소도 별탈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선 가스개폐기에 주로 쓰이던 육불화황을 대체하는 가스를 시험하기도 했다. 육불화황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대체물질 개발이 한창이다. 해상변전소가 염분이 많은 극한 환경에서 정상 작동되는지 여부도 지금까지의 시험 결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남해상풍력발전소는 지진에도 안전한 것으로 입증됐다.
지난달 12일 전북 부안에선 리히터 규모 진도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에서 직선거리로 40km가량 떨어진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당시 김석무 한해풍 사장은 “지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끄덕 없다”고 전했다.
한해풍은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진도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 진도 5.0의 지진이 발생해야 매뉴얼 상 첫 조치를 취한다.
한해풍은 총 3718억 원을 들여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를 구축했다. 한해풍을 세운 한전전력그룹 외에 HD현대건설, 포스코 등이 서남해상풍력 실증단지 건설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 이들 기업이 모여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400MW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서남해상풍력 400MW 시범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상태로 피해 영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덴마크, 대만, 네덜란드의 사례처럼 해상풍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205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기여하려면 정부 주도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이들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