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시계는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3월 회장 취임 후 그룹의 주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이끄는 중이다. 그룹 내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한 임원에 대해서는 엄정한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은 그룹의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루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 29년만 회장자리에…인사부터 위기사업 개선까지 진두지휘

1968년생인 정용진 회장은 이명희 회장 장남으로,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이사로 입사한 뒤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이 됐다.

정 회장은 올해 3월 총괄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지 18년, 1995년 신세계 입사로는 29년만에 이뤄진 승진이다.

그는 회장 취임 후 '고강도 쇄신' 경영에 들어갔다. 부회장 시절인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개편과 함께 조직 전반의 쇄신을 주문했던 정 회장은 그룹의 수장을 맡은 후 본격 실행에 나섰다.

정 회장은 회장에 오른 직후 “격변하는 시장에 놓인 유통기업에게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이라며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그간 활발한 활동을 보여 온 SNS 활동을 중단하고 대외 활동을 줄이는 대신 내부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인적 쇄신’이 눈에 띈다. 정 회장은 승진 후 100여 일 만에 계열사 대표 3명을 연달아 교체했다. 

그는 신세계건설 정상화를 위해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병훈 부사장을 새 건설 대표로 선임해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건설의 위기 탈출을 위한 다각적 조치도 신속하게 진행 중이다. 신세계건설은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회사채 발행, 신세계조선호텔로의 레저부문 양수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했다.

신세계건설은 재무 여건 안정화를 바탕으로 스타필드 청라 건설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지마켓과 SSG닷컴 양대 이커머스 수장을 교체하는 쇄신 인사도 단행했다. 지마켓 대표로는 전형권 전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 SSG닷컴에는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를 내정했다.

신세계그룹 안팎에선 인적 쇄신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그룹 역시 “앞으로도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을 회사 내부의 성과 지표를 토대로 수시로 평가해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할 경우엔 엄정하게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콘텐츠본부장. 사진=CJ그룹, 신세계그룹 제공
(왼쪽부터)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콘텐츠본부장. 사진=CJ그룹, 신세계그룹 제공

◇ '이커머스 성장동력' 정비…CJ와의 협업으로 물류 개선

정 회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그룹의 핵심 과제는 단연 ‘신세계 이커머스의 지속가능한 성장 시스템 구축’이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CJ그룹과 전격적으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격변하는 유통 시장에 신세계그룹 혼자만의 물류 역량과 상품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정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업무협약으로 CJ대한통운은 지난 1일부터 지마켓 스마일배송 서비스 전량을 맡아 배송하기 시작했다. 

유통에서 물류는 단순 배송이 아닌 '빠른 배송'이 경쟁력이 됐다. 정 회장은 CJ대한통운에 그룹 내 상품 배송시 우선 배송 계약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 제공으로 물류에 확실한 경쟁력을 더했다.

CJ제일제당과는 혁신상품 개발에 나선다. 첫 공동 기획 상품으로 국물 요리키트 2종과 햇반 강화섬쌀밥 등이 이달 중 나온다. 

양사는 이마트의 고객 데이터와 CJ제일제당의 상품기획 역량, R&D 기술력을 결합해 계속해 신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로고. 사진= 연합뉴스
이마트 로고. 사진= 연합뉴스

◇ 이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 독려…실적 반등 ‘날개짓’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에도 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라는 위기 상황 속에 회장이란 중책을 맡았기에 어느 때보다 강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개편에 앞서 그룹 인사에서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통합 대표로 한채양 대표를 임명하며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조각했다.

이마트는 올해 시작과 함께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최저가 수준에 공급’하는 대형마트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최일선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제살깍기가 아닌 정 회장이 강조하는 ‘철저한 수익성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마트는 그로서리 강화와 함께 고객들이 경험을 점유하는 ‘새로운 이마트’로의 리뉴얼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자리에서 정 회장은 “신세계의 모든 사업장은 고객을 위한 위한 공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정 회장 취임 후 처음 발표한 1분기 이마트 실적은 신세계그룹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20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1억원,  순이익은 294억원으로 무려 각각 245%, 1000.8%씩 확대됐다. 

이마트 1분기 별도 기준으로는 총매출 4조2030억원, 영업이익 93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5% 끌어올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1분기 이마트 방문 고객수는 8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이마트의 점포 리뉴얼이 고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체류 시간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CJ그룹과 맺은 업무협약, 주요 계열사 대표의 쇄신성 인사는 정용진 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