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정산 지연 보름 만에 티몬도 발생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현금유동성 의심"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 티몬 제공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 티몬 제공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의 대금 정산 지연이 계열사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위메프·위시플러스의 일부 판매자에게 정산금 지연이 공식화된지 보름만에 티몬에서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큐텐의 기업 존속 여부에 대한 회의론 마저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전날 판매자들에게 “부득이하게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보름 전 까지만해도 정산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던 티몬에서도 결국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위메프 사태 이후) 일부 판매자의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줘 거래 규모가 일시 감소하며,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판매자들 사이에서 상품 판매 중단 등의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 그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상황을 정상화고자 모든 임직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큐텐의 글로벌 플랫폼 위시플러스와 큐텐 자회사 위메프에서 일부 판매자들이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큐텐측은 "매달 7일 판매자들에게 대금 정산을 진행해 왔으나 이달 들어 ‘시스템상의 문제’로 500여 협력업체에 정산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7일 연이율 10%의 지연 이자 지급, 지연 금액의 10%포인트 지급 등의 보상안과 함께 이달 말까지 정산을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산금 지연이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확산되며, 판매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플랫폼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전날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 밖에 숙박이나 항공권 등 역시 미정산 여파로 취소 사례가 발생 중이다. 

큐텐의 정산 지연 이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큐텐이 오픈마켓 상품 대금 정산을 수개월째 지연된 바 있다. 

이후 큐텐은 기존 일주일마다 진행하던 정산을 지난 5월부터 한 달에 1번 정산으로 변경했다. 길어진 정산일 변경 후 정산 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속출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무리한 외형확장으로 큐텐의 현금 유동성에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큐텐은 2022년부터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국내 영토 확장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북미·유럽 기반을 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 인수했으며, 지난 3월에는 애경그룹 온라인몰인 ‘AK몰’을 사드리며 무섭게 몸집을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 등 큐텐 그룹 내 이런 문제는 지난해부터 계속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터질 게 터진 것 아니겠냐"면서도 "유통 시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 위기가 확산되는 것 아닐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큐텐그룹 측은 이번 정산 지연 이슈와 관련해 "큐텐은 홍보팀이 따로 없는 관계로 입장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큐텐의 전자상거래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 강남구 큐텐코리아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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