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인수 대금에 티몬과 위메프 자금 쓴 사실 인정해
티메프 외에 인터파크커머스·AK몰도 정산 지연 가능성
금감원장 "큐텐 측 신뢰 못해, 자금추적·검찰 수사 의뢰"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티메프(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구영배 큐텐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머리를 숙였다. 현안질의에서는 구 대표를 비롯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구영배 대표는 30일 오후 2시 국회 정무위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함께 출석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선 것이다.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판매자와 파트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시간을 주신다면 제가 티몬과 위메프의 경영사이클과 사업을 어떻게 정상화 시킬지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그룹 차원에서 동원 가능한 시재가 얼마냐”고 묻는 질문에 구 대표는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800억원”이라며 “큐텐 지분은 38% 갖고 있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지만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모든 사제는 회사에 투입했다"며 "회사 지분 가치가 잘 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가치)를 받았었다. 다만 이번 사태로 가치가 인정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구 대표는 지난 2월 인수한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의 인수 대금에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쓴 사실도 인정했다.
위시 인수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느냐는 신 의원 질의에 구 대표는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 달러(한화 400억원)였고 그 돈에 대해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며 "다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는 이커머스 기업이 십 수년간 누적돼 온 행태가 (이렇게 됐다)”며 “가격 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의 대부분은 사실 프로모션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구영배 대표를 향해 “정산 지연금을 갚을 의지도, 재원도 없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구 대표가 전날 큐텐그룹 지분과 사재를 털어서 변제를 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불과 6시간 뒤에 긴급회생 신청을 했다"며 "긴급회생 신청은 미정산금 상환 자체가 중단이 되며, 회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산 절차로 들어가는데 파산 절차로 들어가면 상환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 경색으로 판매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구영배 대표는 인지를 하고 있었음에도 변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의도된 사기 행위다”며 “이 사태만 놓고 본다면 구영배 대표는 굉장히 비열한 기업인이다”고 비판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판매대금, 자금 어디 있냐는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류 대표는 “티몬은 재무조직이 없다”며 “MD와 마케팅만 있는 사업조직으로 재무적인 부분을 알 수없다”고 답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대표는 현재도 티몬, 위메프, 위시, AK몰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문제를 꼬집었다.
김 대표는 “회의 들어오기 1시간 전에도 큐텐그룹 플랫폼에서 결제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사태가 이 정도로까지 왔으면 지금까지 피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앞으로 있는 피해자들 막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 돈도 큐텐으로 흘러가고 있는것이며, 구영배 대표는 국민들로 하여금 현금인출기로 만들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유영하 의원은 "구 대표 본인이 자백한 대로 이번 사태는 폰지사기의 전형적인 유형"이라며 "판매자 자금을 잠깐 빌려서 인수 자금으로 썼다고 했는데, 분명히 횡령이다. 대가를 치른 것"이라며 "탐욕스러운 기업과 금감원의 무사안일로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위와 공정위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6월 티몬, 위메프와 금감원이 체결한 경영개선협약(MOU) 내용을 보면 미상환, 미정산 잔액에 대해 보호조치를 하라거나 신탁을 하라, 보증보험을 들으라고 했다"며 "이미 위험하다는 건 그때 금감원도 인지를 하고 있었던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관리가 필요한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런데 (업체가) 이행을 안했다. 이행을 안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라며 "2년간 금감원이 미이행 조치에 대해 아무 조치를 안 취했다면 금감원도 상당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어쨌든 별도 관리를 요구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진행하긴 했다"면서도 "이커머스 산업 전체에 대한 재무관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다시 한 번 송구하단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구 대표의 개인 자금 추적에 나선 상태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구 대표가 당장 동원할 자금이 없다고 하는데 자금 추적 중이냐'는 질의에 "자금 추적 중"이라며 "다만 최근 저희(금감원)와의 관계에서 계속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었기 때문에 말에 대한 신뢰는 많이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부터는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고 자금 추적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었다"며 "이미 주말 지나기 전에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해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20여 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검찰에 수사인력도 파견해뒀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서도 책임론과 함께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박상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공정위에서 소비자 경고를 했다면 고객들이 티몬·위메프를 이용하지 않았을 거”이라며 “티몬·위메프의 ‘전산 시스템 오류’ 입장만 믿고 현장 실사를 나가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 역시 “정부의 자율규제 방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정산 주기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모든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다 당사자 간의 계약으로 (정산을)하기로 돼 있다”며 “문제는 대금 유용 가능성을 정산 주기 기한의 문제와 잘 연결을 못해서 이런 사태는 사실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이 “자율규제가 잘못됐다. 제대로 된 정부 시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제도 미비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구영배 대표를 비롯해 티몬과 위메프 대표가 나와서 책임있게 이야기 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다. 피해자분들이 오늘 회의를 본다면 분통을 터뜨렸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판매대금을 카드사나 PG사로부터 받아 어디로 빼돌렸는지, 거기에 대한 답변은 전혀 없고 앞으로도 기회를 주면 하겠다.는 등 엉뚱한 답변만 하고 있어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 쇼핑 행태가 온라인으로 50% 이상 높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새롭게 정비를 해야 한다”며 “정무위 산하기관 타부처 기재부, 중기부 등 정부에서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