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10월5일 한국공연
지휘 정명훈·협연 김선욱 5년만의 랑데부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과 화려한 건축을 자랑하는 ‘라 페니체 극장(La Fenice Opera House)’이 있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페니체’는 ‘불사조’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이 극장은 몇 번의 큰 화재 속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났다.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특히 잊을 수 없는 날은 지난 1996년 1월 29일이다. 극장 앞 운하를 막고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전기 합선으로 인해 불씨가 생겼다. 목조로 지어진 건물은 거침없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됐다.
라 페니체 극장을 재건하기 위해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라 페니체 극장 없는 베네치아는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며 모금 운동에 앞장섰고, 많은 사람들의 후원으로 극장은 불사조처럼 살아나 본래의 제 모습을 갖췄다.
라 페니체 극장은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벨리니의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 베르디의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같은 오페라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근본이 되는 작품들의 세계 초연 무대를 담당한 중심지다.
이 극장의 상주 악단인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Orchestra Teatro La Fenice)’가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한국 단독 투어로 첫 번째 내한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5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난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오랜 시간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왔는데, 매년 개최되는 상징적인 공연인 신년 음악회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지휘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협연으로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선욱이 무대에 오른다. 정명훈과 김선욱, 이 두 음악가는 오랜 연주 파트너이자 한국 클래식계의 세대간 징검다리로서 함께해 왔다.
2019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이후 국내에서 5년 만에 볼 수 있는 둘의 만남은 그들의 더욱 깊어진 음악적 유대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지금은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라는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선보일 음악 또한 보다 짙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인 베르디, 모차르트, 프로코피예프 세 곡 모두 오페라 극장 전속 오케스트라의 유연하고 화려한 모습은 물론이고 각 음악의 명암을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들어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첫 곡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은 장엄한 관현악법을 통해 ‘운명’이라는 소재의 무게에 맞게 강한 울림을 남기는 곡이다.
이어 연주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초연 시기와 같은 시기에 작곡된 곡으로, 마치 희극과 비극이 혼재하는 오페라처럼 세 개의 악장을 오가며 희열과 우수가 공존하는 걸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한 발레 음악인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2번은 대편성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청각과 시각 모두를 자극하는 드라마틱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는 8일(화) 아트센터인천, 9일(수) 세종예술의전당, 10일(목)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공연을 이어가며,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이번 공연 티켓은 7일(수) 오후 2시부터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