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도∙수도권∙청년' 외연 확장에 드라이브
당정과 차별화된 기조…李 '25만원법'도 여지
韓-李 미래권력 대결…당정 관계 설정은 숙제
韓 "이견 좁혀가는 게 정치…설득당할 용의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6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6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은 23일 '격차 해소'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격차 해소는 한 대표의 중도 확장 행보에서 부상한 핵심 의제이자 '한동훈표' 어젠다로 주목받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취임 한 달 소회를 밝히며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해내기 위해 정교하고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이를 키우고 성장해 우상향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지금 이 시점의 대한민국에서는 파이를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게 잘 나누는 격차 해소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민생 이슈를 앞세워 왔다. 최근 당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조만간 '수도권특별위원회'(가칭)를 띄울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를 중심으로 민생 정책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자, 여당의 약점으로 꼽혀온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외연 확장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취임 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름철 취약계층 전기료 지원'을 현실화시킨 데 이어 '티메프 사태 지원' 등 민생 정책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내 반발 기류가 감지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도 '선별 지급' 등의 방안으로 합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 대표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당내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당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 "25만원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 30만원도 되고 더 될 수도 있다"라며 “포퓰리즘적 주장은 배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당 기조와는 달리 유연한 모습으로 중도층 포용 의지를 보인 것이다. 

◇韓 vs 李 미래권력 대결…韓 '당 장악력'이 취약점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한 대표의 적극적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 확정 이후 높아지고 있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여야 수장에 오르면서 미래 권력 간 경쟁 구도로 해석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 대표와의 1라운드 경쟁이었던 4·10 총선에서 실점한 한 대표가 공식 사령탑으로 맞붙는 '2라운드'의 승기를 잡기 위해선 확실한 어젠다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정치 무대에서 완성된 '기본사회' 등 이재명표 브랜드가 한 대표에겐 없다는 지적이다.  2라운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 대표와 한 대표의 의제 소구력의 차이가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회담 의제로 제시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조차 기존 정부·여당의 정책으로 보인다"라며 "한동훈표 어젠다가 없는 상황에서 '25만원법' 등 자신의 정책을 의제로 올린 이 대표와 회담에 나선다면 한 대표가 불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대표가 당대표 출마 일성으로 띄운 '제삼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이 유일한 차별화 의제로 꼽힌다. 다만 한 대표가 용산과의 관계에서 '뇌관'으로 부상한 특검법을 테이블에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당정 기조와 차별화된 노선을 지속해서 걸으려면 당장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과 당내 장악력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대표는 지방선거 전까지 당 체질 개선과 동시에 주요 정책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동력 확보를 위한 친윤계(친윤석열)의 협조를 얻어야만 하는 탓이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처럼 한 명의 이야기에 무조건 따르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다"라며 "이견이 있는 부분은 투명하게 좁혀가는 과정이 진짜 정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견을 존중할 것이고, 제 답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상대의 말이 옳다면 얼마든지 설득당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