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검찰이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등 수천 명의 통신정보를 조회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련 법률의 개선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23일 송두환 인권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 등이 재판이나 수사 등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 ‘통신이용자정보’의 제출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수사를 위해 범죄 피의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수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통신이용자정보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 한해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거쳐 인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요청 절차는 단지 ‘수사기관 등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돼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통신비밀보호법은 가입자의 통신일시, 통신개시·종료시간, 통화상대방 전화번호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통신이용자정보는 성명,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러한 정보의 열람 또는 제공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고, 통신사실확인자료와 결합하면 개인의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2014년 2월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정보주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사후통지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고, 2016년 11월 같은 취지로 통신자료 제공 제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통신자료 취득행위 위헌확인 등 결정에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수사기관 등이 정작 정보주체인 이용자에게는 그러한 사실을 별도로 통지하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러한 결정을 반영해 국회는 2023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의2항을 신설해 수사기관 등은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그러한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된 법률에서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또는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침해의 우려 등이 있는 일정한 경우에는 이러한 통지를 두 차례에 걸쳐 최대 6개월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통지를 유예한 경우에는 그 유예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올해 1월에 1월에 통신이용자정보가 제공된 사실이 8월이 돼서야 최종 통지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게 인권위의 지적이다.

인권위는 최근 5년간 수사기관등에 제공된 통신이용자정보 건수가 연평균 510만 건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이 국민 다수를 상대로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법안이 발의돼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관계기관들과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지한 논의를 거쳐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함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이 보다 두텁게 보장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