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줄인상에 이복현 "금리 올리면 돈 많이 벌어"
DSR 2단계 도입 앞서 대출 수요 몰려...시장금리 왜곡 현상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대출금리를 연이어 인상하면서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갔던 은행권이 대출금리 방향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높이면서 가계대출 수요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놓고 비판했다. 특히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 규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 상품 만기와 한도 제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며 "저희가 바란 건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대출금리를 연이어 올리면서 금융권 내에서는 '실수요자 이자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은행권에 '금리 인상 중단'을 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는 '가계대출 억제책'을 펼쳤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시중금리를 잇따라 인상했다.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가계대출 규모는 줄지 않고 늘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 말(552조1526억원)과 비교해 7조5975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월간 증가 폭 중 최대 규모다.

대출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 규모가 줄지 않고, 이 원장도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은행권은 주택담보·신용대출 만기와 한도 제한을 시행한다. 

KB국민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29일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한다.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택담보대출 대출 기간이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해서는 30년으로 일괄 축소된다. 우리은행도 오는 9월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가계대출 억제책 중 하나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이 지연된 데 따라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7월에서 오는 9월로 지연시키면서 대출 막차 심리가 자극됐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면서 대출금리는 인하해야 하는데, 반대로 대출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장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책이 시장을 못따라가는 거 같다. 결국 시장금리만 오르고 실수요자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며 "정작 DSR 2단계 시행은 미루고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시점에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인상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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