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 시 전산 시스템 등 개편 필요하나 가이드라인 전무
비용·인력 등 선제적 인프라 구축 후 무산되면 매몰비용만 커져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정치권의 공방으로 내년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증권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원천징수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편이 필수적이지만, 유예되거나 폐지된다면 매몰비용만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투자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상장주식은 5000만원 이상 매매 차익을 남긴 경우 세금이 부과되고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은 금융소득을 250만원 넘기면 과세된다. 세율은 20%다. 3억원 초과분은 25%로 가중치를 적용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증권사들은 금투세 시행 전 자사 전산에 원천징수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사별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거나 외부 사업자를 유치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활동은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투자규모와 결과물을 언급한 곳은 없었다. 이는 정치권에서 금투세 폐지 여부를 놓고 여야간 대치가 계속돼 현 시점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못해서다. 업체들은 상세 가이드라인 없이 선제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비용을 투입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각사마다 내부적으로 원천징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에 맞춰 시스템을 가동하기 어렵고, 매달 원천징수를 하는 방식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각 증권사가 무사히 원천징수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한 곳의 증권사만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금융소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별 손익을 통합해줄 시스템이 별도로 필요한데, 해당 부분은 현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대다수 증권사들이 금투세 법안이 유예된 2022년 구축해놨던 전산 시스템 상태에서 개발을 멈춘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가 무산되면 매몰비용만 커지고, 준비 없이 시행 될 경우 고객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스템을 80% 완성한 수준으로 나둔 상태에서 향후 결과에 따라 움직이는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개발 이후 세부사안 변경으로 추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해 질 경우 비용이 배로 발생한다"면서 "다만 너무 개발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도 추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정비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