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사비 '1조 이상' 사업지 5곳…치열한 경쟁 예상
평당 1000만원 미만 강남 사업장은 유찰 거듭

사진=이혜영 데일리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데일리한국 기자

[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며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 조 단위의 공사비가 걸린 대어급 정비사업지에는 대형 시공사들이 대거 몰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을 거듭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공사비에 따른 '선별 수주'를 강화하자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장에서 수주한 건수와 금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국내 건설사들의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33조7335억원으로 전년 동기(29조8766억원)보다 약 13% 증가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주거용 건축의 수주액은 약 11조원으로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저조했지만, 2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약 22조원을 기록했다. 

현재 대형건설사 중 도시정비사업에서 포스코이앤씨가 3조8799억원, 현대건설이 3조3060억원을 기록하며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어 삼성물산 건설부문,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이 1조원을 넘게 수주했으며, 그 뒤에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우수하고 사업 규모가 큰 사업장에 대거 뛰어들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 하반기 공사비가 1조원 이상으로 시공사 선정 예정인 사업지는 △한남5구역 재개발(1조7000억원) △한남4구역 재개발(1조5700억원) △신반포2차 재건축(1조2830억원) △신길2구역 재개발(1조700억원) △마천3구역 재개발(1조250억원) 등 5곳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1조원이 넘는 공사를 수주할 경우 순위에 큰 변동이 발생하는 만큼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큰 공사비가 걸려 있는 대어급 사업지는 경기 침체에도 미분양 리스크가 적고 사업성을 어느정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하지만 같은 서울이라도 공사비가 낮게 책정되거나 공사를 해도 손해인 사업장들은 철저하게 수주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진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 하락을 우려해 수주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강남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에서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유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올해 두 차례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지만, 대우건설 1곳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이에 조합은 대우건설을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대의원 절반 미만 참석으로 이마저 무산됐다.

개포주공5단지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약 6970억원으로 3.3㎡당 840만원이다. 이는 최근 강남에서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3.3㎡당 920만원,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830만원에 공사비를 내세웠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줄줄이 유찰됐다.

송파구 마천3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1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어 재입찰을 진행 중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유찰된 사업장의 경우 건설사들이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시공사 선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는 조합은 시공사 찾기에 더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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