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방한한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
경제, 안보, 교육 등 전 방위 협력 강화 약속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를 맞이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를 맞이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한국과 뉴질랜드가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가장 먼저 2006년에 합의한 '21세기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 위한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경제, 과학, 교육 등 협력 분야도 늘리기로 합의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럭슨 총리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두 정상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증진되고 있는 러·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북한 내 인권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럭슨 총리는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 밝힌 것으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겼다. 이는 1994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하되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게 보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 정상은 국제 및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외교부 정책협의회와 경제공동위 등을 통한 고위급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 파트너(IP4)' 포맷의 진전을 위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도 규탄했다. 그러면서 주권과 항구적인 평화 확보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남중국해 상황 전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에 대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도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례적인 양자 경제 안보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하고, 2025년 한국-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고려해 양자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기 위한 논의와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을 위한 양국 간 협상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과학·교육 및 인적 교류 협력 분야에서는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을 함께 육성하고, 자연재해 대응을 위해 국가재난관리기관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뉴질랜드 공식 오찬에 참석해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뉴질랜드 공식 오찬에 참석해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럭슨 총리와 마주한 것은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 회동 이후 2개월 만이다. 뉴질랜드 총리의 방한은 9년 만으로, 럭슨 총리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공식 방문 일정을 수행한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뉴질랜드가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함께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확립, 개방된 시장, 포용적 번영이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뉴질랜드는 핵심 파트너인 만큼 앞으로도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기여를 계속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뉴질랜드는 6·25전쟁에서 함께 싸운 오랜 우방국으로 뉴질랜드 참전 용사의 숭고한 희생은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됐다"면서 "오늘날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가치 파트너로서 역내와 국제무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러 군사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체주의·권위주의 세력의 도전이 지속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과 뉴질랜드를 포함한 가치 공유국 간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럭슨 총리도 한국계 뉴질랜드 교포 골프선수인 리디아 고와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3만5000명, K-팝, K-드라마 등을 거론하며 양국이 가까운 사이라고 밝혔다.

럭슨 총리 "70여 년 전 뉴질랜드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이곳에서 싸웠고 지금도 뉴질랜드군은 한반도 평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 규모와 탁월한 혁신 덕분에 뉴질랜드는 한국의 6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된 지난 9년간 양국의 교역량은 2배로 증가했다"면서 "양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많은 좋은 주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럭슨 총리는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키팀 선수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뉴질랜드 아오라키 지역의 한 고속도로에서 한국 스키 선수들과 코치 등이 탄 승합차가 마주 오던 4륜구동 자동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날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배석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멜리사 리 경제개발장관, 타하 맥퍼슨 외교통상부 정책차관보, 마크 탤벗 총리 외교보좌관 등이 자리했다. 럭슨 총리는 이 자리에서 리 장관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리 장관은 뉴질랜드 첫 한인 장관이다. 그는 장관 선서 때 본인을 '멜리사 이지연'이라고 칭하고, 선서도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가면서 해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뉴질랜드 정상회담과 관련해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으로서 역내, 국제무대에서의 긴밀한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하는 의미가 있는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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