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수요자 “수소가격 비싸” 수소공급자 “사줄 사람 없다”
수소경제 육성하겠다던 공공기관은 재정난에 여력없어

2024 H2MEET 전시회의 현대자동차 부스. 현대자동차는 1회 충전으로 720km를 갈 수 있는 수소트럭을 전시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2024 H2MEET 전시회의 현대자동차 부스. 현대자동차는 1회 충전으로 720km를 갈 수 있는 수소트럭을 전시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 수소산업에 피가 돌지 않고 있다. 수요자 측은 가격이 너무 높다고 불평하고, 공급자들은 수요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수소경제를 육성하겠다던 공공기관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수소산업이 동력을 잃고 있다. 

25일 국회기후변화포럼에서 ‘기후리스크 대응 방향과 과제’로 발표한 포스코 안윤기 상무는 수소환원제철에 정부나 민간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내 수소가격이 비싸 수소환원제철로 만든 고가의 제철을 구매할 수요처가 없다”고 말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한다. 현재 국내 기체 수소가격은 kg당 1만 원대이고 액화수소의 경우 1만 2000원 가량이다. 수소환원제철의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자동차업체 등 철강 수요자들이 탄소저감을 외치면서도 가격 때문에 수소환원제철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게 안 상무의 설명이다. 

용철 1톤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수소량은 1000N㎥으로 알려졌다. 2021년 기준 한국은 연산 3800만톤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는데,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할 경우 연간 370만톤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2040년 수소생산량 목표로 설정한 526만톤의 70%에 해당한다.

실제 국내 수소생산량은 그보다 한참 못 미친다. 2022년 기준 210만톤에 불과하다.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된다 하더라도 수소 생산을 늘리지 않는 한 상당기간 수소가격은 고공행진할 전망이다.

연산 8만톤의 그레이수소를 생산하고, 동해-1 석유가스전 CCS에 30만톤의 CO2를 저장지분을 갖고 있는 어프로티움 부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연산 8만톤의 그레이수소를 생산하고, 동해-1 석유가스전 CCS에 30만톤의 CO2를 저장지분을 갖고 있는 어프로티움 부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수소공급자들은 수소가격이 비싼 이유를 시장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부족한 현실에서 찾고 있다.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2MEET에서 만난 어프로티움의 이창묵 발전사업팀장(이사)은 “산업부가 올해 5월 개설한 청정수소발전입찰 시장의 동력이 떨어진 듯 싶다”며 “전시회에 국내 발전공기업들이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H2MEET는 2020년 시작된 국내 최대 수소전시회인데 이 이사의 말대로 올해 전시회에 액화수소, 수소연료전지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나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이 별도의 부스를 개설하지 않았다.

이 이사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자체적으로 소비를 병행하고 있어 신규 수소수요처 발굴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수소수요처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프로티움은 그레이수소를 연간 8만톤 가량 생산하고 있고, 한국석유공사가 현재 기재부 예타 과정 중에 있는 동해-1석유가스전을 활용한 탄소포집저장(CCS)에 30만톤의 CO2를 저장할 수 있는 지분도 갖고 있다. 수소산업에 꾸준히 투자하는 모양새인데 기대만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마음이 급하다.

수소 관련 기업들은 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할 때 생태계 조성 목적으로 가격이 비싸도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 주던 관행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가스공사는 최근 민수용 가스요금 미수금이 14조 원에 달하는 등 재정이 악화되는 바람에 수소충전소 플랫폼인 하이넷에 추가 출자를 보류한 바 있다. 올해 초 수소수요 예측이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 해당 부서를 축소하고 담당자를 징계한 바 있다. 가스공사는 2018년경 수소경제 육성에 관한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 수소업체들은 가스공사에 기대를 걸던 터라 현재의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여력이 없기는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포스코, SK 등 H2 비즈니스 서밋이 2023년 약속한 5000억 원 규모의 수소펀드도 감감 무소식이다.

올해 H2MEET 행사에 일진소재, 코오롱 등 부품기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수소수요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 정도만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책자금과 신규사업, 지원정책 등 구조적 문제가 쌓이면서 국내 수소시장에 피가 돌지 않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수소량. 현재 국내 철강을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생산할 경우 2040년 목표의 70%에 해당하는 수소가 필요하다. 그림=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수소량. 현재 국내 철강을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생산할 경우 2040년 목표의 70%에 해당하는 수소가 필요하다. 그림=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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