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정형외과 민재정 교수

소아정형외과 민재정 교수

[대전=데일리한국 이영호 기자] 5살 남아 도윤이(가명)를 키우는 엄마 김 씨는 오늘 아침도 밤을 꼴딱 새운 채로 맞았다. 얼마 전 자정이 넘은 시간, 갑자기 도윤이가 “으앙!” 하며 서럽게 울더니 양쪽 허벅지가 아프다며 보챘다. 깜짝 놀라 다리를 열심히 주물러주고 나니 이내 잠잠해졌지만 아이 걱정에 자다 깨기를 반복해 김 씨는 결국 도윤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선잠을 잤다.

다음날 걱정이 돼 유치원에 연락해보니 잘 놀고 잘 뛰어다닌다기에 안심을 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이번에는 아이가 초저녁부터 아프다고 성화였다.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물속에서 다리를 주무르며 굽혔다 폈다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통증이 잦아들었는지 노곤하게 잠이 든 도윤이 곁에서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 김 씨의 귓가에 또다시 도윤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김 씨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게 성장통인가?’

도윤이를 비롯한 3~12세 사이의 성장기 아동에게 특별한 이상 없이 나타나는 다리 통증을 일컬어 ‘성장통(Growing pain)’이라고 한다. 성장 작용 자체가 통증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성장통이라는 진단명이 정확한 용어는 아니지만, 성장하는 아이에서 잘 나타나 성장통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정형외과 민재정 교수에게 성장통에 대해 물었다.

Q1. 사례 아이의 경우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인가?

자세한 건 진단이 필요하겠지만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요소들이 있다. 성장통은 3~12세 사이의 나이에서 주로 종아리, 허벅지 또는 무릎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고, 낮 보다는 밤에 통증이 심하다. 그래서 간혹 통증으로 잠에서 깨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다 다음날이 되면 증상이 없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뛰어노는 것이 성장통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성장통은 주로 활동성이 많은 남아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편이고, 한쪽보다는 양쪽 다리의 증상을 많이 겪는다. 증상은 한동안 없어졌다가 며칠 후 혹은 몇 개월 후에 재발 되기도 한다.

Q2. 성장통은 왜 겪는 것인가?

성장통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성장기에 뼈가 자라는 정도와 근육, 인대 등 뼈 주변 조직의 성장 속도가 달라 생기는 일종의 근육통이라 여겨지고 있다.

또 뼈가 성장하면서 뼈를 싸고 있는 골막이 늘어나 주위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도 하며, 미처 발달이 덜 된 아이들의 근육이 낮 동안 심하게 쓰이느라 피로해져 밤이 되면 더 아프다는 설도 있다.

Q3. 성장통으로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가?

사실 성장통은 나이가 들면 자연히 없어지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중의 하나이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아이의 아픔 정도가 심하고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될 때 ▲통증의 강도가 점점 심해질 때 ▲한쪽 다리만 아프다고 할 때 ▲아침이나 오전에 아프다고 하거나 ▲아침까지 통증이 지속될 때 ▲다리를 주물러주면 더 아프다고 할 때 ▲발열이 동반될 때 ▲통증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를 때는 반드시 소아정형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Q4. 성장통의 진단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가?

성장통이라고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통증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들을 감별한 후에 가능하다. 골절, 탈구, 염좌와 같은 외상성 질환뿐만 아니라 소아 류마티스나, 칼슘이나 인 등 무기질 대사에 이상이 생겨 뼈가 약해지는 ‘대사성 질환’도 성장통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O형이나 X형 다리 등 무릎 각도에 이상이 있거나 평발인 경우에도 생체역학적인 과부하 때문에 무릎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골종양이나 백혈병, 혈우병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다.

Q5. 성장통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성장통은 통증 완화에 대한 치료만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다. 아이가 자다가 일어나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한다면 보호자는 일단 침착하게 아이를 안아주는 등 스킨쉽으로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보호자가 지나치게 아이 앞에서 걱정하면 아이도 그에 민감하게 반응해 불안해지고 통증도 더 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간단한 응급처치로는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게 좋다. 그러면 다리의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일시적으로 아이가 시원함을 느낀다.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은 치료 겸 진단의 효과가 있기도 하다. 성장통이 아니라 뼈나 근육, 힘줄 등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면 만지고 주무를수록 대체로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온찜질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많이 아파하면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Q6. 성장통을 예방할 방법이 있는가?

성장통을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통증을 줄이거나 발생빈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다. 먼저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주도록 한다. 팔을 하늘 위로 올린다거나, 다리를 허리 높이에 있는 놀이기구에 올려 쭉 편다거나, 마찬가지로 허리를 쭉 펴는 활동 등이 있다.

아울러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근육과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구성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아이에게 편안한 신발을 착용토록 하는 것이다. 너무 딱 맞거나 혹은 너무 커서 헐렁이는 신발은 불필요한 다리 근육의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굽이 너무 딱딱하지 않고 아이의 발과 다리가 편안할 수 있는 신발을 선택해야 한다.

Q7. 성장통에 대처하는 부모의 역할이 있는가?

성장통은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비슷한 증상이지만 반드시 감별이 필요한 질환들이 있다. 다시 말해 아이가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건 반드시 성장통 때문만은 아니다. 자칫 방심하고 지내다가는 심각한 질병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평소 아이의 상태를 세심히 관찰하고 관련 증상이 있다면 더욱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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