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단 "비뚤어진 언론관에 참담…언론에 족쇄 채워선 안 돼"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대통령실 등록기자단은 홍철호 정무수석이 부산일보 기자에 대해 '무례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21일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실의 비뚤어진 언론관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언론의 비판 정신을 폄훼하는 대통령실의 언론관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등록기자단은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41개사로 구성돼 있다.
앞서 홍 수석은 지난 1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달 7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를 언급하며 "무례하다"면서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당시 박 기자는 윤 대통령의 두루뭉술하면서도 포괄적인 사과를 꼬집으며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보충 설명을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진 가운데 열렸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15분 동안 진행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이어진 125분의 기자회견 동안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지만,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구체적 사과 내용이 없는 '맹탕' 기자회견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실 등록기자단은 "홍철호 수석이 박석호 기자의 질문을 '무례'라고 깎아내린 것은 대통령실의 '무례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을 본분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장의 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쇄신을 바라는 국민들을 대신해 질문했다"면서 "대통령실과 홍철호 수석은 더는 언론인에게 족쇄를 채우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홍 수석이 뱉은 '무례 발언'의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도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을 포함해 언론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비판 여론이 식지 않자, 홍 수석은 문제가 된 발언을 한 지 이틀 만인 이날 오전 대통령실 공지를 통해 '짧은' 사과의 메시지를 냈다. 홍 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정무수석으로서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대통령실 참모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적 쇄신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무례 발언'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홍 수석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