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尹 탄핵 추진하고 내란죄로 고발
尹탄핵안, 5일 본회의 보고…6~7일 표결
與 이탈표 나올 시 尹탄핵 불가피해질 듯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 선포의 후폭풍이다. 야권은 계엄 선포의 위법·위헌성을 지적하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또한 군과 경찰을 동원한 김용현 국방방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까지도 탄핵과 내란죄로 고소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 표결을 앞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위기를 탈출할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비상계엄' 선포한 尹대통령, 내란죄 적용될까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내란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또한 군과 경찰을 동원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이들도 내란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군 병력과 경찰 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지시를 내린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고발장도 접수하기로 했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도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을 내란죄 등으로 고발했다 .
이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84조)는 불소추특권 적용의 예외적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을 투입해 국회 등 주요 기관과 시설 출입을 통제하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 대한 무력 점거를 시도했다는 점은 내란죄 성립 여부에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는 계엄을 멈춰 설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려는 것은 내란죄"라면서 "국회의장도 심각하게 보고 있고, 관련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6인 체제인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현재 재판관은 6명뿐이다. 공석인 3명은 국회 추천 몫이지만, 국회가 재판관을 추천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
조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면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기 때문에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임명 행위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라며 "국회가 추천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탄핵 심리를 진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尹 탄핵안' 6일 국회 본회의 보고…野 공세 수위 최고조
범야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도 발 빠르게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시대전환, 녹색당 등 6개 정당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이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절차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와 표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탄핵소추안은 발의 후 첫 본회의에서 보고되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 민주당은 5일 자정(밤 12시)을 지난 시점에 본회의를 개의해 야 6당과 함께 발의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보고하겠다는 계획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되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또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절차에 나선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탄핵소추안에 대한 법적 타당성을 심사한다. 인용 시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이 경우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탄핵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었다. 탄핵소추안 처리 절차가 몇 차례 있긴 했지만, 정치적 파장이 상당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여론을 확인하고 탄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가 명백한 헌법 위반이자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진 미지수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다고 하더라도 모이는 표는 단 192표(민주당 170명·조국혁신당 12명·개혁신당 3명·진보당 3명·기본소득당 1명·사회민주당 1명·무소속 2명) 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가결 기준이 재적 의원 과반수(150명)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인 만큼,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 이상은 찬성표가 나와야 통과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내 '이탈표'를 기대하는 눈치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까 본회의장에서 얘기는 조금 했다. (소통) 해야지"라고 말했다.
◇ 국회에 무장 계엄군 280여명 진입…김민기 "국회의사당 짓밟은 행위"
한편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해제하기까지 국회에 진입한 무장 계엄군은 280여명으로 집계됐다. 병력을 수송하기 위한 군용 헬기는 모두 24차례 국회를 드나든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경찰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20분 뒤인 오후 10시50분부터 국회 외곽문을 폐쇄하고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한 피해 상황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위헌·위법적인 행위와 이로 인한 물리적인 피해와 손실에 대해 국회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국회 사무총장으로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며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의사당을 짓밟은 행위는 국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