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 13.64대 1…3.3㎡당 평균 분양가 2000만원선 돌파
내년 분양시장, 지역‧단지별 청약 편중현상 지속 전망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은 지역과 단지별로 수요 쏠림이 심화되며 청약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분양가 상승 속 서울은 준공 후 시세 차익 기대감과 앞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조급함이 수요를 자극해 청약 광풍을 일으켰으며, 경기·인천은 일자리 여건이 양호하고 서울 도심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자들이 집중됐다. 반면에 지방은 수요 유입의 한계로 공급 경색 국면이 지속됐으나, 입지적 장점을 갖춘 일부 단지들은 흥행하며 ‘될 곳은 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전국에서 25만8787가구(예정물량 포함) 아파트가 공급됐다. 지난해 21만2078가구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반기별 분양실적은 상반기 11만6046가구, 하반기는 14만2741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1~2월에만 4만241가구가 분양해 2023년 같은 기간(1만8988가구) 대비 2배 넘는 공급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밀어내기 물량이 올해 연초까지 이어졌고, 3월 청약홈 시스템 개편과 4.10 총선으로 건설사들이 봄 분양 성수기 전 분양 일정을 앞당긴 영향이다.
올해 전국 분양물량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서 쏟아졌다. 수도권이 14만5560가구, 지방은 11만3227가구가 공급됐다. 특히 서울에서만 2만9931가구가 풀리며 2020년(4만2911가구) 이후 4년 만에 최다 물량을 기록했다. 한편 대구, 부산, 경남, 경북 등은 공급과잉 및 미분양 우려로 지난해에 이어 공급 속도 조절이 계속됐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연말에 조사한 2024년 민영아파트(민간분양+민간임대) 계획물량은 26만5439가구로 조사됐다. 이 중 22만9904가구가 실제 분양으로 이어져 초기 목표했던 물량의 87%를 달성했다. 최근 3년간 계획물량 대비 실적이 평균 71% 수준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실행률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책임연구원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리스크, 공사비 증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당초 예상 공급량 자체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측면이 있으나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분양시장에도 긍정적인 기대감이 반영돼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물량 소진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3.64대 1로, 2023년(11.13대 1)과 비교해 소폭 상승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이 21.55대 1, 지방은 6.62대 1을 기록해 수도권 청약 선호가 2023년(수도권 13.46대 1, 지방 8.9대1)보다 두드러졌다. 특히 수도권은 올해 집값 회복 지역이 늘어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로또 청약’과 신축아파트 선호 현상을 대변하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트렌드가 맞물리며 연내 청약시장을 주도했다.
서울 평균 청약경쟁률은 154.5대 1로 집계돼 2021년(164.13대 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서울시 내에서도 대기수요가 풍부한 강남3구(강남, 송파, 서초구)를 포함한 한강벨트 지역과 그 외 지역간의 청약 성적이 엇갈리는 등 ‘대어급 신축아파트’를 선점하기 위한 수요 쏠림이 강하게 나타났다.
지방 분양시장 중 유일하게 두 자리 수 경쟁률을 기록한 전북과 충남, 충북은 지역 내 신흥주거지로 꼽히는 신규 택지 및 도시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에코시티더샵4차’가 191.21대 1로 지방도시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였고, 충남 아산시 탕정면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는 52.58대 1,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테크노폴리스아테라’는 47.39대 1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들 단지는 인프라 조성 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생활권과 일자리가 인접해 있는 입지적 장점이 청약 흥행에 유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올해는 전국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급격히 치솟은 한 해였다. 올해 전국 기준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2023년(1800만원) 보다 239만원 증가한 2039만원으로 집계됐다. 분양가격이 치솟은 데는 부동산PF 대출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자재 및 인건비 등 공사비용 인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5456만원으로 2023년 3508만원 보다 1948만원(55.5%) 증가했다. 부동산R114가 2000년부터 분양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오름폭이다. 이어 제주의 평균 분양가격은 2614만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고 △부산 2356만원 △울산 2125만원 △대전 2035만원 △대구 2019만원 △경기 2006만원 순으로 분양가가 올랐다.
백 연구원은 “내년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형건설사가 수주한 서울 및 수도권 내 우량 사업장은 자금이 돌며 공급여건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비수도권은 사업성 확보가 불투명한 단지들이 많고, 부동산PF 대출의 높은 연체율과 준공 후 미분양 물량 등의 해소가 어려워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내년에는 경기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등의 3기 신도시 청약 일정이 본궤도에 오르는 만큼 공공분양 아파트의 일반공급 또는 노부모 특별공급 청약 신청을 준비하는 예비 청약자라면 2024년 11월부터 상향된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인 25만원까지 저축해야 당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