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팔레타이징 영업망 강화
중장기 투자 기반 전략적 접근 강조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국내 협동로봇 업체들이 북미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유럽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고 글로벌 탑티어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북미 지역 팔레타이징 수요를 고려해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글로벌 생산기지와 채널 관리 역량, 금융 프로그램 등 활용을 통해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팔레타이징은 물건을 팔레트에 쌓아 올리는 것을 일컫는 물류용어로, 최근 협동로봇 도입이 활발한 분야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달 미국 법인의 주소지를 옮긴 후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현지에 기술 지원 엔지니어를 두는 등 고객 접점 마련에 나섰다. 한화로보틱스도 현지 대리점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으며, 뉴로메카 역시 북미 주요 거점별로 파트너사를 확보 중이다.
북미시장 진출의 배경엔 유럽시장 침체가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 제조업 타격의 여파가 지속된 데 따른 영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협동로봇 등 산업용 로봇 수입액은 올해 8월까지 11억2000만유로(약 1조6800억원)로 전년 대비 13.1% 줄었다.
글로벌 선두인 유니버설 로봇(UR, 덴마크)이 광범위한 공급망을 구축한 점도 국내 업계엔 불확실 요인이다. UR, ABB(스위스), KUKA(독일) 등 경쟁기업 사이의 틈새 시장을 노렸던 국내 업체들은 유럽 내 수요 둔화를 상쇄할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산로보틱스의 3분기 매출은 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특히 유럽 매출은 3분기까지 60억원(누적)으로 전년 대비 27%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북미 매출(137억원)이 140%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3분기 34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미국 판매망 확보와 인력 유치에 나섰지만 성과가 미진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럽에서의 실적 반응은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UR의 입지가 강할뿐더러 유럽산업계의 자동화 전환 속도가 느린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창출의 기대요인이 뚜렷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중국유통업체 메이딘그룹은 지난 2015년 KUKA 인수에 성공하며 협동로봇에 관한 부품 설계 역량을 비롯해 KUKA의 유럽 판매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각국에 분포한 중국 출신 엔지니어들이 상호 교류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북미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 등에 협동로봇 업체들이 있지만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성장한 기업은 없다. UR의 영향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미 진출의 활로를 열어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10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이어져야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창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미 협동로봇 시장이 완전히 열린 게 아니기 때문에 길을 개척하면서 가야 될 것”이라며 “전략적인 접근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