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임기 포함 정국 안정 방안 당에 일임할 것"
野 "진심없는 사과" 與 "개헌 등 정국안정 방안 준비"
7일 오후 5시 탄핵안 표결…與 8표 이상 이탈표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2024.12.7)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2024.12.7)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국 대혼란을 야기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사과했다.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향후 국정운영 방안도 당에 위임하겠다고 약속하며 사실상 2선 후퇴를 시사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만큼 여당의 반대 표결을 호소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 尹, 계엄 선포 사과…국민의힘 내 기류변화 감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고 사과했다. 

또한 "또다시 계엄이 발동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보다 후회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진퇴 문제를 국회에 일임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당에 맡긴 것은 국민의힘에 탄핵 반대 명분을 심어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을 여전히 국정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윤 대통령)이 죄를 짓고 피할 곳을 찾다 찾다 ‘우리 당’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박근혜 담화에서는 국회에 위임하겠다고 했는데 이거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과 모종의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니냐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같은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과 군사 반란의 수괴가 그 공동정범, 방조범과 함께 앞으로도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은 없었다. 진심과 진실도 없었다. 오로지 비루하게 구명을 구걸하는 윤석열의 절박한 비명이었다"고 쏘아붙였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여당에서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조경태 의원은 이날 탄핵 반대로 입장을 선회했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대표가 빨리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을 짜야 한다"며 "일단 한동훈 대표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탈당이나 출당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며 여전히 살아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윤상현 의원도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체로 우리 의원들의 뜻이 반영됐고, 내부 공감대도 있다"면서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포함한 정국안정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회동을 마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돌아와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4.12.7)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회동을 마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돌아와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4.12.7) 사진=연합뉴스

◇ 尹대통령, 탄핵안 표결 앞두고 입장 표명…韓 "당과 논의할 것"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말문을 연 것은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권의 압박이 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불자 윤 대통령을 몇 차례 찾아 비상계엄 사태 수습 방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었다.

또한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탈당을 비롯해 임기 단축 개헌과 책임총리제 등이 비상계엄 사태 수습책으로 제시되기도 했었다. 전날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책임 총리가 이끄는 비상 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윤 대통령에게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또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 5명(김예지·김상욱·김소희·김재섭·우재준)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했다고 한 데 대해 당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당과 함께 윤 대통령이 제안한 바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예정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은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 소환된 2016년의 아픔때문이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분당과 정권교체 등의 후유증을 겪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국정 혼란이 계속되는 것보단, 시간을 두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들이 같이 담화 지켜봤고 지금은 담화와 관련해서 의견들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라며 "담화 내용을 엄중하고 겸허하게 보고 있고 어려운 시국에서 대통령의 담화가 비교적 진솔한 사과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국민들로부터 질책을 받아내면서 신뢰를 되찾아 가느냐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며 "저희 당의 입장은 탄핵 부결"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담화 규탄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12.7)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담화 규탄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12.7) 사진=연합뉴스

◇ 민주당 "탄핵안 부결 시 12월11일 임시국회 열어 탄핵 재추진"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되면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내란수괴가 내란 공범과 상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말인데 그야말로 희대의 헛소리"라면서 "국민이 원치 않는 결과가 발생하면 국민 전체의 뜻을 모아 즉각 탄핵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10일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점을 언급하면서 "12월11일이 되면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5시에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안(특검법)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에 나선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가결 기준은 재적 의원 과반수(150명)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다고 하더라도 모이는 표는 단 192표(민주당 170명·조국혁신당 12명·개혁신당 3명·진보당 3명·기본소득당 1명·사회민주당 1명·무소속 2명) 뿐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가결된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절차에 나선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탄핵소추안에 대한 법적 타당성을 심사한다. 인용이 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기각되면 직무에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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