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박차 가하는 인사 진행
파격 승진 돋보인 인사 이어져
'혁신' 인사 통해 경쟁력 강화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빅 3'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카드)의 대표가 모두 교체됐다. 불확실한 업황으로 인해 보수적인 안정 기조가 업계 전반에 퍼졌지만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며 신사업·미래 먹거리 발굴 등 성장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카드사들은 쇄신 차원의 깜짝 인사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원 인사를 진행한 신한·KB·삼성금융그룹은 그룹 카드사의 CEO(최고경영자)를 모두 바꿨다. 상위 4개 카드사 중 현대카드를 제외한 3개 카드사가 내년부터 새로운 수장을 맞는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신한카드의 경우 문동권 사장이 1년 연임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박창훈 Payment그룹 본부장이 다음 달 1일부터 사장 자리에 오른다. 그간 신한금융은 계열사 사장에겐 초임 2년을 마치면 1년 임기를 연장해 총 3년간 자리를 지키도록 보장해 주는 '2+1' 관행을 적용했지만 신한카드의 경우 박 본부장이 새롭게 대표로 승진되면서 이 관행이 깨졌다.
특히 박 본부장의 경우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으로 직행한 파격 승진 대상자로 1993년에 LG카드에 입사해 카드사에만 30년 넘게 몸을 담은 카드업계 전문가다. 신한금융은 이러한 박 본부장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에 없던 승진 인사를 진행했다.
삼성카드를 5년 가까이 이끌었던 김대환 사장도 퇴진한다. 삼성카드는 삼성벤처투자를 이끌던 김이태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김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을 마지막으로 관가를 떠나 2016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후 글로벌커뮤니케이션그룹장 및 대외협력팀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말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았다.
'재무·외교' 전문가로 알려진 김 내정자를 통해 삼성카드는 글로벌 사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 측은 "김이태 사장이 금융 분야 경험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의 결제, 금융사업을 넘어 디지털, 데이터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을 리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KB금융도 김재관 KB금융 재무 담당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을 차기 KB국민카드 사장으로 낙점했다. 초임 2년에 1년을 추가로 연임한 이창권 사장은 올해 말을 끝으로 KB국민카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내정자는 중소기업과 관련 상품 및 서비스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소상공인, 사회 저소득층 등 지원에 적합한 젊은 인재로 평가되고 있다.
KB금융은 김 내정자에 대해 "기민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을 통해 1등 카드사로의 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경영관리 역량을 보유했다"고 언급했다.
다른 카드사의 경우 금융그룹의 정기 인사가 발표되면 자회사의 수장 교체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카드사 CEO 중 아직 인사 발표가 나지 않은 곳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등이다.
◇ '성장' 위한 '혁신' 인사 추진
국내 카드업계를 이끄는 빅 3 카드사들이 그간 보여줬던 실적 중심의 수장 교체가 아닌 '쇄신·혁신' 성격이 강한 인사를 진행한 데에는 '성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카드사들은 신사업 확장 등 성장을 위한 움직임에 돌입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고 깜짝 인사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각 해외 법인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이 속도를 내면서 내수 시장의 불확실성을 개선하고 데이터 중심의 경영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적자가 이어지는 해외법인의 실적을 개선하고 최첨단 소비 데이터를 가공해 수익원으로 활용하면서 데이터 사업 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은 상위권 카드사가 건전성을 관리하며 보수적으로 경영했으나 앞으로는 성장 중심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역시 '리딩 카드사'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박 본부장을 차기 수장으로 발탁하면서 "그룹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선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다"라며 "현재 신한카드는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2위 사업자(삼성카드)와 격차가 축소되고 차별적인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카드의 가파른 성장세도 빅 3의 혁신 인사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사 중 가장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카드가 실적에서도 성과를 내자 보수적인 인사 기조를 유지하던 카드사들이 새 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
지난 10월 기준 현대카드 이용 실적은 137조5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122조8509억원 대비 무려 15조원(12%) 증가했으며 이는 업계 1위 신한카드와 단 3000억원 차이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는 이용 실적에서 이미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를 앞서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약진은 정태영 부회장의 혁신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라며 "혁신적인 이번 인사를 통해 카드사들은 새로운 방향을 찾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