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퇴진' 시점이 '李 대권' 변수
野 "5월 대선" vs 與 "6월 이후"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중도 퇴진이 사실상 확실시된 상태에서, 조기 대선 시점의 유불리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공학적 수싸움이 치열하다. 차기 대선 시점이 5월 전이면 더불어민주당에, 6월 이후면 국민의힘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국 재편을 둘러싼 주도권 결투가 사생결단 방식으로 고조되는 형국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리스크를 무력화할 수 있는 '5월 대선'을 치르고 싶어 하는 야당과, 그 이후로 미루고 싶은 여당의 속내가 윤 대통령 퇴진 방법론과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탄핵"을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퇴진"을 대외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최종심에서 1심 판결을 확정하면 대선 출마의 길은 막힐 것으로 관측됐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434억원을 반납하고, 세력 구도 재편의 격랑 속으로 빠지게 된다.
내년 '5월 대선'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이 대표의 대선 출마는 가능해질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6·3·3' 규정에 따르면 (2·3심은 각 3개월 이내 선고) 이 대표의 최종심은 내년 5월로 권고하고 있다. 이 대표의 입장에선 최종심 결론이 나기 전 하루빨리 대선을 치러야 하는 이유다.
가장 빠른 시일 내 대선으로 가는 길은 '탄핵'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두 번째 윤 대통령 탄핵안이 오는 14일 가결되면 탄핵 심판 기간까지 감안해 대선은 내년 5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통과될 때까지"를 외치면서 무한 탄핵 정국을 만드는 것도 '5월 대선'을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탄핵 뒤 대선은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 치러야 한다.
◇ 與 자중지란 속 "李 집권 막아야" 공감대…명분은?
반면 국민의힘은 일단 "질서 있는 퇴진"을 내세운 채 국정의 혼란상을 수습할 마땅한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권력지형 재편 과정에 진입한 당 내부에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양상이지만, 대선을 '이 대표의 최종심 이후'로 상정하자는 데엔 이견이 없다. 아무리 빨라도 대선은 '내년 6월' 이후여야 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대통령 퇴진 시점을 지연할 정치적·법적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직무 배제'와 '조기 퇴진'을 거듭 확언하며 '국정 공동 운영'에 대한 구상을 내세웠으나 위헌이라는 논란만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 때문에 친윤계에선 윤 대통령의 '구속'으로 인한 장기적 권한대행 체제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헌법상 대통령이 '사고' 상태에 있다면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데, '구속'은 사고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를 필요 또한 없어,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최대한 지연할 수 있다. '거국 중립 내각'을 통한 야당과의 협치도 대선을 명분있게 지연할 하나의 카드로 품고 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데일리한국에 "탄핵 민심을 (국민의힘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거국 내각은 대통령의 즉각적 직무 정지와 국정 정상화의 본질을 우회겠다는 여당의 꼼수"라고 말했다. 실제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안철수·김예지 의원이 탄핵 찬성을 공언한 데 이어 김상욱 의원이 오는 14일 탄핵안 '찬성 표결'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이날 '3월 퇴진 5월 대선' 또는 '4월 퇴진 6월 대선' 등 두 개 시나리오를 담은 초안을 마련해 한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두 가지 안을 통해 야당과 협상할 공간을 열어놓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