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 등
짧은 기간에도 능력 보이며 순항
각 보험사별 과제 해결은 숙제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대형 보험사에 투입된 젊은 경영인들의 기세가 무섭다. 한화생명, 현대해상에 이어 교보생명까지 오너 3세들의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보험업계의 판도가 '신세대' 경영인 위주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오너 3세들이 저출산·고령화로 위축된 국내 보험시장을 발전시키고 변화와 쇄신의 경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안정적인 지주사 전환, 조직 안정 및 자본건전성 확립, 실적 부진 해결 등 각 보험사들의 과제가 산적한 만큼 시험대에 선 오너 3세들이 추후 보여줄 경영 능력에 따라 경영 승계 속도 역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1일 인사를 통해 신중하 그룹데이터전략팀 팀장이 인공지능(AI) 활용·고객의소리(VOC) 겸 그룹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그가 교보생명에 입사한 지 10년 만이다.
디지털 혁신과 경영전략을 총괄할 신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여간 근무했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한 뒤 2022년 5월 교보생명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 등을 지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본격적인 경영승계라기보다 신창재 의장의 인사 원칙에 따라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3세 경영인 중 가장 전면에 나선 인물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2015년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전사혁신실 △미래혁신담당 △해외총괄담당 △미래혁신부문장을 거쳐 올해 초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주로 디지털 분야에 근무하며 회사의 디지털화, 본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화생명은 김 사장의 사장 취임 당시 "김동원 사장은 향후 CGO로서 다양한 글로벌 사업 추진과 기존 해외사업 관리 체계 고도화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성과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 역시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1986년생으로 지난해 말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된 정 전무는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수학했다. 이후 비영리 단체와 임팩트 투자사, 루트임팩트,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 등을 설립했다.
또 최근 산업계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정 전무는 현대해상의 디지털·AI 전환을 비롯해 ESG 경영 내재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있는 성장,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에 나서고 있는 오너 3세들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을 다닌 80년대생이라는 점이다"라며 "해외 진출과 신사업을 맡은 만큼 젊은 감각을 통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짧은 경영 기간에도 성과 내며 능력 보여줘
오너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성과는 꾸준히 내고 있다. 교보생명의 신 상무는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 등 디지털 전략 부문에서 중책을 맡으면서 그룹의 데이터 체계 구축과 DT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수립함으로써 그룹 내 DT 가속화를 지원했다.
신 상무는 그동안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 등에 경험을 쌓아온 만큼 내년부터 교보생명의 AI 및 디지털 서비스 사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의 김 사장 역시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설립을 주도했고 국내 보험사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를 설립해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을 40%를 매입하고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에도 성공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한화 AI 센터(HAC)'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대해상 정 전무도 지난해 선임된 이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정 전무는 취임 1달 만에 SK텔레콤과 인공지능(AI) 협약을 체결하며 현대해상의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ESG경영에 적극 참여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정 전무 입사에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를 업계 최초로 신설했다.
특히 정 전무는 현대해상의 제4인터넷은행 진출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은 렌딧, 루닛, 자비스앤빌런즈, 트래블월렛과 함께 U-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은 대체로 디지털 관련 성과를 내고 있다"며 "젊은 경영인의 특징이 제대로 드러나면서 성과로 이어지고 경영승계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각 보험사의 문제 해결은 과제
다만 업계에선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이 향후 더욱 발휘되어야 △안정적인 지주사 전환 △조직 안정 및 자본건전성 확립 △실적 부진 해결 등 각 보험사의 위기 역시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의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고 내년을 목표로 했던 지주사 전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 상무 역시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을 통해 지주사 전환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현대해상의 정 전무 역시 최근 대규모의 조직 개편 및 인사가 단행된만큼 조직안정화와 자본건전성 확보에 경영 능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 하에서 자본건전성이 중요해진 가운데 다른 대형사 대비 낮은 K-ICS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가 될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 주도로 한화생명의 디지털·해외사업은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한화생명의 국내 실적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고 건전성 악화 역시 심화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캐롯손보도 디지털 보험사 특성상 실적 개선이 어렵지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의 역량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젊은 경영의 장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