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천명에도 보험 계열사 CEO 연임
호실적·기대감으로 내년 역시 보험사 이끌어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사진=신한라이프.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사진=신한라이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던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세대교체를 천명하며 대규모 인적 쇄신을 선택한 가운데 보험 계열사의 수장들이 나란히 연임에 성공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적자가 이어지던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의 연임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에 일각에선 호실적을 기록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와 함께 나름 '실적 선방'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던 강 대표에 힘을 더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아직까진 뚜렷한 성과를 내보이지 못했던 만큼 남은 1년 임기가 강 대표의 향후 위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를 추천했다. 진 회장은 이날 자경위에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러한 경영진의 기조 속에 임기 만료 등으로 대상이 되는 13개 자회사 중 9개 자회사 CEO가 교체되는 대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졌지만 신한은행, 신한라이프, 신한자산신탁, 신한EZ 손해보험 등 4개 사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신한라이프와 신한EZ손해보험의 수장이 연임을 통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신한금융이 보험 계열사의 거는 기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한금융은 "이 대표는 생명보험업계 '톱2' 전략을 목표로 전방위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고 1년 연임이 추천됐다"고 설명했고 강 대표 연임에 대해서도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조직을 수습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재선임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신한라이프를 이끄는 이 대표는 1966년생으로 지난 2018년 신한금융 전략기획팀 본부장과 신한은행 강서본부장을 거쳐 2019년 신한금융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에 합류해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통합 보험사인 신한라이프 출범에 공을 세운 이 대표는 신한라이프 출범 이후 성대규 대표에 이어 2023년 1월 신한라이프 대표로 취임했다.

2015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 출신으로 이후 삼성화재 수석과 투자협력파트 부장을 역임했던 강 대표도 2022년 5월 신한금융 BNP카디프손보 사전PAI 추진단장 겸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영입된 이후 같은 해 출범한 디지털 손보사 신한EZ손보의 수장이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은 예상했지만 강 대표의 연임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며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만큼 신한EZ손보의 강 대표는 실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내년을 준비해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사진=신한EZ손해보험.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사진=신한EZ손해보험.

◇ 성과 이뤄내며 연임 성공

신한금융그룹이 KB금융그룹과 '리딩뱅크' 싸움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데는 보험 계열사의 힘이 컸다. 특히 신한라이프는 올해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의 실적을 상당 부분 책임졌고 요양 산업 진출 등 신사업에도 성과를 내면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순이익 4724억원(전년 대비 5.1% 증가)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순익 역시 3129억원으로 0.4% 증가하며 호실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올 상반기 계약서비스마진(CSM)도 7조원을 넘어서면서 생보업계 3위사 교보생명보다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또 이 대표 취임 이후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시킨 것도 주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신한라이프케어는 2025년 노인요양시설 오픈을 목표로 부지매입을 마무리했으며 2028년까지 요양시설 4곳과 실버타운 2곳 등 6곳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신한금융은 생보업계 '빅3'(삼성·한화·교보생명)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고 이러한 성장 배경엔 이 대표의 역량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은 이러한 이 대표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을 결정했다.

지난 2022년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신한EZ손보 역시 강 대표의 연임도 확정됐다. 올해 3분기도 140억원 순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 2022년 출범 이후 신한EZ손보의 실적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신한금융이 당장의 실적보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기대 속에 강 대표가 연임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신한EZ손보는 디지털 손보사 중 유일하게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했고 장기보험으로 운전자보험과 건강보험을 판매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업계 최초로 '착오 송금 회수 비용 보장보험'을 선보여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디지털 중심의 영업 채널 한계와 기존 상품의 포트폴리오 구조상 쉽게 흑자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별도의 대면 조직 없이 신한라이프 설계사를 통한 교차판매 형식을 고집하는 신한EZ손보의 영업 방식은 브랜드 선호도면에서 다른 보험사에 비해 개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가 연임 이후 운전자보험을 시작으로 장기보험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취급하고 있는 장기보험 상품은 실손보험을 비롯해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주택화재보험 등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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