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다양성에 기여, 유지돼야
그동안 EBS 스페이스 공감은 무수한 언론과 뮤지션, 음악팬들로부터 그 존재가치에 대해 호평을 받아왔지만 예산 문제로 인해 늘 위태로워 보였다. 사실 지상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대부분 TV방송들은 아이돌의 비주얼 음악과 예능을 접목한 흥미위주의 경연 프로그램들로 편성이 돼있다.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 때문이다. EBS 스페이스 공감이 특별한 것은 다양한 장르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이라는 점에 있다. 수준 높은 다양한 장르의 국내 대중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해 온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지상주의로 편성된 각 방송사의 경연이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질감부터가 다른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공적 대상으로 인식돼야 마땅하다.
국내 대중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해 온 이 프로그램은 한국 대중문화 발전에 기름진 토양을 제공했다. 뮤지션들에게도 스페이스 공감 방송출연은 곧 자신의 음악성을 공적으로 인정받는 돈과 인기로는 재단할 수 없는 가치와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또한 거액의 상금을 걸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대부분의 오디션과는 달리, 상금은 적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헬로 루키'는 실력 있는 신인 뮤지션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등용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과 질적 성장에 큰 공헌을 해왔다.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2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 1000회 방송을 목전에 둔 이 프로그램에 훈훈한 격려와 지원은 고사하고 방송 횟수와 제작진 축소라는 일방적 통고는 가혹하기 그지없다. 한국대중음악의 질적 향상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해온 프로그램을 비용절감 차원에서 축소하려는 태도는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역할을 외면한 비상식적 조치다. 물론 방송사들의 과열 경쟁과 부족한 예산의 어려움 때문이란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방송은 공익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BS의 공감 프로그램 축소에 반발한 뮤지션들과 음악팬들이 서명운동과 특별공연까지 개최하는 이 놀라운 현상은 이 프로그램이 공익성을 담보했다는 증거이고 다양성 확보가 시급한 한국대중음악의 사활과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은 K-POP이라는 이름으로, 한류라는 이름으로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며 그 어느 때보다 성장을 위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선진국으로 가는데 있어서나 대중음악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서나 방송의 공공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거론이 새삼스럽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건만 방송의 현실은 과거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오직 시청률만이 미덕인 천박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는 공감 프로그램은 지금 상태로라도 유지돼야 하고 앞으로 보다 많은 양질의 음악 프로그램이 여러 지상파, 종편, 케이블 TV들을 통해 확대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매체 파급력이 취약한 EBS의 심야 시간대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다 그나마도 축소를 통고받은 한국 방송계와 한국 대중음악계의 참담한 현실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최근 KBS는 시청료를 인상하면 방송의 공공성과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공약을 방송하고 있다. 그 같은 공약들이 과연 인상될 시청료 징수를 위한 명분에 그칠 것인지 한국대중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양질의 프로그램 증편 편성에 진심어린 관심과 투자를 할 것일지는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