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해서 접질리면 전문의 진단 필요

정형외과 질환을 말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아마 '접질리다, 인대, 골절' 등등이 아닐까 싶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중인 류현진 선수도 2014시즌 첫 경기에서 발목을 접질려 5회만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렇듯 일상에서 제일 흔한 정형외과 질환이 바로 발목을 접질리거나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시리다는 뜻인데, 이 사자성어는 정형외과에서 발목과 인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발목을 삘 때 대부분은 발이 안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바깥쪽 복숭아뼈에 붙어있는 인대(전거비 인대)가 가장 흔히 파열된다. 그래서 발목을 다치면 바깥쪽 복숭아뼈 주위가 가장 먼저 붓고 아프다. 그 파열의 정도는 다칠 때 인대에 가해진 힘에 의해 결정되는데, 보통 100% 파열은 매우 드물고 부분적인 파열인 경우가 많다.

일단 발목을 접질려서 붓고 아프다면 'RICE ( Rest 안정, Immobilization 발목 고정, Cold 얼음찜질, Elevation 발목을 높게)' 원칙에 따라 치료해야 한다. 파열된 인대는 자연 회복능력이 있기 때문에, 발목을 고정해줘서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하고 급성기 통증과 부종이 좋아지면 보조기를 착용한다. 관절운동을 하면서 발목 주변 근력을 다시 키워 나가면 대부분의 경우 완치 될 수 있다.

파열 정도가 심한 경우엔 (필자의 경우) 약 2주 까지 석고 깁스 고정을 한다. 2주 이상 하게 되면 발목 주변 근력이 심하게 약해져서 재활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 이상은 잘 하지 않는다. 2주 정도 발목 고정을 잘 했는데도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엔 prolo(인대 증식치료) 주사 치료와 균형감각 훈련을 장기적으로 병행하면 대부분 수술 없이 완치 될 수 있다.

발목을 접질린 뒤 치료를 제대로 했는데도 통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전거비 인대 바로 앞쪽에 움푹 들어간 '족근동' 이란 공간이 있는데, 의사가 꼼꼼히 진찰을 해보면 환자는 인대가 아픈 게 아니라 족근동이란 곳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발이 평발에 가까운 사람들이나 과거에 자주 삐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심하게 접질리고 나면 '족근동 증후군'이 잘 생기는데 이런 경우엔 족근동 마취주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발목을 크게 접질려서 병원을 찾았더니 외측인대 파열이라며 수술을 권하는 병원 측의 말을 듣고 걱정이 돼서 필자의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몇 년 전엔 몇몇 기업형 영리병원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필자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았으나, 요즘엔 대학병원에서 그런 과정을 거쳐 수술을 한 뒤에 아프다고 필자의 병원을 찾아오는 일도 잦아졌다. 레지던트 수련병원인 대학병원에서 조차 급성 발목염좌를 보존적 치료 없이 수술을 권하는 실정이니, 그런 트레이닝을 받고나온 의사들이 나중에 개원해서 어떻게 진료할지를 상상하면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 어떤 환자들이 수술이 필요한 걸까? 인대 파열이 심한데 오랫동안 방치했다든지, 너무 자주 접질려서 인대가 기능을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즉 만성적으로 병적인 상태일 경우엔 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발을 앞으로 당기거나 안쪽으로 틀어서 진찰해보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얼마나 어긋나는지를 알 수 있다. 발을 앞쪽으로 당기면 관절에서 뼈가 이탈되거나 발을 안으로 틀었을 때 앞의 경우보다 많이 벌어지는 소견일 때 방치하면 조기에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나이가 젊은 환자일수록 적극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필자는 수술을 하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되도록이면 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판단이 애매하거나 흐려질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땐 "이 환자가 만약 내 동생이나 내 아들이라면 수술을 권하겠는가?" 라고 반문해본 뒤 답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양식(良識)있는 의사라면 누구라도 그래야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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