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혈(血)·신장·간장 상태 얼굴색으로 나타나
밤을 지새거나, 고민이 많아 너무 신경을 많이 쓰면 하루 사이에 눈이 휑하게 된다. 우리 몸과 마음의 상태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얼굴이고 얼굴의 색깔과 광택은 모든 걸 우리에게 알려준다. <황제내경 육절장상론>에 '심자 생지본 기화재면(心者 生之本 其華在面)'이라 해서 우리 몸의 주인인 심장의 상태를 얼굴을 보고 알 수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얼굴 색깔은 옅은 황색에 약간의 붉은 색을 띠며 윤기와 광택을 띠는 것이다. 망색택(望色澤)은 얼굴의 색택인 안색(顔色)과 피부의 색깔과 광택, 그리고 호구삼관백법(虎口三關脈法)을 보는 3가지로 이뤄져 있다.
먼저 얼굴색인 안색(顔色)을 보자. 안색이 백색(白色)인 경우 "백지장처럼 하얗다."란 뜻이다. <영추>에 "혈탈자(血脫者), 색백(色白)"이라 했다. 혈허(血虛) 즉 피가 부족하면 얼굴은 하얗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 땀을 흘리면 망양증(亡陽症)이 된다. 급성병이나 여러가지 쇼크에 의해 일시적으로 양기가 다 빠져나가 극도로 추위를 느끼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백색은 허증(虛症)과 한증(寒症)으로 진단한다.
청자색(靑紫色)을 갖는 안색(顔色)은 새파란 가운데 자주빛을 띠는 얼굴색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란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간장(肝臟)의 색깔인 푸른색이 나타난다. 간장은 스트레스를 담당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를 보면 새파랗다. 이를 한의학용어로 청근(靑筋) 즉 푸른 근육이라 한다. 정맥혈이기 때문이다. 정맥혈보다 더 새파라서 자주빛을 띠는 것이 어혈색이다. 심한 추워나 경기에도 나타난다. 청자색은 원인이 어떻던 어혈(瘀血)의 색깔이다. 어혈이 있다는 것은 순환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불통즉통(不通則痛) 즉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청자색은 어혈, 오한, 통증 등의 단서가 된다.
안색(顔色)이 붉으면 대부분 열증(熱症)으로 본다. 여기에도 허실(虛實)의 구별이 있다. 입이 마르고 땀이 나고, 변비가 있으면서, 얼굴이 붉거나, 스트레스로 열 받아서 붉은 것은 모두 실열(實熱)에 속한다. 이와 반대로 과로해서 기운이 약해져도, 갱년기가 되어서 혈(血)이 부족해도 얼굴에 열이 나는데, 이때는 무기력하고 얼굴이 창백한데도 해질 녘만 되면 얼굴로 열이 뜨는 일포조열(日晡潮熱)의 특징이 있다. 더욱 악화되면 식은땀을 흘리거나, 사지가 시린 증상을 동반하고, 열이 얼굴 쪽으로만 모여 양 볼이 연지(臙脂)를 찍은 듯이 빨간 색이 된다. 이를 대양(戴陽)이라하는 데 장차 양기가 없어질 징후로 위급한 증후다.
안색(顔色)이 황색(黃色)인 경우의 대표적인 질환은 황달(黃疸)이다. 황달은 공막과 전신피부에 걸쳐 나타나며, 황색이 선명하면 습열(濕熱)로 인한 양황(陽黃)이라 하고, 어두운 황색의 경우는 한습(寒濕)에 속하고 음황(陰黃)이라 한다. 양황은 급성 담석증, 급성 담낭염, 중독성 간염에서 나타나며, 음황은 간경화, 간암 등에서 나타난다. 이와는 달리 피부가 마르고, 입술이 창백한 반면 공막에 황달이 없는 것을 위황(萎黃)이라 하는데, 과도한 출혈로 빈혈과 영양장애 때에 나타난다. 안색(顔色)이 흑색(黑色)은 신장(腎臟)에 갈무리 되어 있는 정기(精氣)가 모두 소진되어 나타나는 색깔이다. 오랫동안 고질병을 앓아 왔거나, 중병인 경우에 주로 나타나며, 황달이 더 진행되어 죽기직전 흑달(黑疸)이 되며, 난치병으로 분류된다. 암흑색, 검보라색, 짙은 회색빛 모두 흑색으로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