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음악의 힘, '향락'이란 편견 깨야
세월호 참사 이유로 대중음악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취소
아픔을 위로하는 음악의 힘 무시
다른 상업 공연 진행과도 모순

고양문화재단의 '뷰민라' 공연 취소 통보 공문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후 뷰민라)'가 공연 하루 전 날인 25일 전격 취소되어 대중음악계가 혼란에 빠졌다. 이미 5회째를 맞았고 지난 1월부터 준비해 2주에 걸쳐 무려 59개 팀이 참여할 음악축제를 '애도 분위기'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시킨 고양문화재단의 결정은 한국대중음악의 시계를 케케묵은 과거의 시대로 되돌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중문화계는 공연, 홍보, 이벤트 행사를 자발적으로 취소, 연기하며 추모 분위기에 동참해 왔다. '그린플러그드', '월드디제이페스티발'은 연기를 '안산밸리 록페스티벌'도 취소결정을 했다. 우려의 시각은 있었지만 추모분위기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뷰민라'가 공연 하루 전 날에 슬픈 풍경을 연출했다. 그날 한 고양시장 예비후보는 정쟁 상대인 현 고양시장을 향해 "세월호 통곡 속에서 맥주를 마시며 온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페스티벌과 관련해 100만 고양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하라"는 직격탄을 날렸던 것.

뉴시스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그 예비후보는 총동문회 행사장에 참석해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명함을 돌리는 선거운동으로 물의를 빚었던 인사다. 대중음악을 딴따라 풍악소리로 폄하하는 정치인이 시장이 되려는 고양시에 2016년 1만8,000석 규모의 아레나공연장이 들어서고 한국 대중음악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란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희희낙락 하는 일을 자제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문제는 공연의 연기와 취소가 왜 대중음악에만 집중되느냐다. 뮤지컬과 클래식은 언론시사회나 이벤트만 취소하고 예정대로 무대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도 별다른 저항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도 홍보행사만을 자제할 뿐 대부분 정상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뷰민라'의 개최 장소인 고양아람누리에서도 사고 이후인 지난 19일 세계적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내한공연이 성황리에 치러진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는 우리 사회의 대중음악에 대한 몰이해가 여전하다는 증명이다.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한 진정한 위로는 신속한 현장 수습,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일 것이다. 마치 속죄양을 찾듯 마녀사냥처럼 벌어지는 대중음악인들을 향한 강압적인 애도 분위기는 부당하다. 공연이 곧 생계인 대중음악인들과 하청업체들의 고통과 신음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가. 디어클라우드의 나인은 "우리의 음악은 개념 없는 딴따라의 풍악놀이에 불과한가. 우리는 노래로 애도할 자격도 없나"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데이브레이크의 이원석은 "서로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저 가벼운 딴따라질로 치부되어지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 주최 측, 뮤지션, 관객을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로 만드는 이 선택이 옳은 것일까"라며 씁쓸한 심정을 토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기획사 및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음향, 조명 렌탈 업체들은 5월이 피크다. 우리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모든 공연을 취소시키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중음악의 가장 위대한 기능은 위로다. 9ㆍ11 테러 사건 때 미국에서는 쉬지 않고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대중음악이 상처받은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소임을 다했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지금이 분위기라면 세월호 구조작업이 끝날 때까지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쉬지 않고 추모음악공연이 이어진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이번 사태는 대중음악공연을 위로를 안겨주는 예술적 대상이 아닌 향락의 대상으로만 보는 저급한 전 근대적인 사고가 빚어낸 참극이다.

음악으로 눈물 흘려 본 적 없고, 위로 받아본 적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위로해야 할 것인가? 가수 김C는 트위터에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음악으로 위로 받아본 적 없는 이들이 있다면 인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음악은 흥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음악을 놀고 즐기는 '풍악'으로 여기는 전 근대적인 사고로는 진정한 문화 발전과 K-POP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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