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 소리" 항의하다 다툼… 살인으로까지 이어져
'법적 기준 부합할 때까지 층간소음 견뎌라?' 논란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이웃을 살해한 사건이 18일 발생해 충격을 낳고 있다(사진=뉴스 화면 캡처DB).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다 이웃을 살해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새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다 위층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조모(54)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12층에 사는 조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위층 주민 진모(48)씨를 찾아가 "쿵쿵대는 소리가 들린다"며 항의했다. 두 사람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고 조씨가 집에서 흉기를 들고 와 진씨를 찔렀다. 진씨는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조씨도 진씨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눈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이전에도 층간 소음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진씨는 어머니와 이 아파트에 함께 살다가 조씨와의 마찰로 옆 동으로 이사해 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은 진씨가 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친 집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층간 소음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지난달 10일 새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아이들이 뛰거나 가구를 끄는 등 방바닥에 직접 충격을 가해 발생하는 층간소음과 관련해 1분간 측정한 소음의 평균치인 ‘1분 등가소음도(Leq)’ 기준으로 주간 43㏈(데시벨), 야간 38㏈, ‘최고소음도’(Lmax) 기준으로 주간 57㏈, 야간 52㏈을 설정했다. 이는 지난 2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강화된 층간소음 조정 기준(1분 평균 주간 40㏈/야간 35㏈ , 순간 최고 소음 주간 55㏈/ 야간 50㏈ 3회 이상)보다 1분 평균은 3dB씩, 순간 최고 소음은 2㏈씩 높인 것이다.

그러나 층간 소음이 살인이나 방화까지 부르는 마당에 이 같은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법적 기준에 부합할 때까지 층간소음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36)씨는 "정부가 층간 소음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등 층간 소음 분쟁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한 사고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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