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 "계속 버티면 19일 오후 6시부터 제작 거부"
새노조 "조합원 97.9% 길 사장 불신임"… 1노조 "비리 폭로"
길 사장 19일 기자회견서 입장 표명… 더 버티기는 힘들 듯
KBS 기자협회는 18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길환영 사장이 사퇴를 거부하면 19일 오후 6시를 기해 제작 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보도본부 부장단은 19일 오전부터 편집회의에 불참하고, PD 등으로 구성된 TV본부에서도 CP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길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뉴스 제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KBS 기자협회는 김 전 국장이 작성한 이른바 '길 사장 보도 개입 일지'도 추가로 공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지난 15~17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길 사장 신임투표에서 97.9%(1,081명)가 불신임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조합원 1,224명 중 1,104명(90.2%)이 투표에 참여했다. 새노조는 "길 사장 퇴진 및 한국방송 뉴스와 인사에 개입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노조는 같은 날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길 사장 즉각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방송 보도·인사 개입에 대한 대국민 사과' '한국방송 보도 개입에 앞장선 이정현 홍보수석 해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대선 공약 즉각 이행' 등을 요구했다.
KBS 노동조합(1노조)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술비 용역 문제 등 길 사장의 개인 비리를 적발했다면서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하고 길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백용규 1노조 위원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온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제작비 유용, 계열사를 통한 '황제 해외출장' 등의 내용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했다. KBS 노조는 길 사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이기로 했다.
앞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 16일 기자협회 총회에 나와 길 사장이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며 자신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는 "(길 사장이 내게) 이걸(사퇴를)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했다. 한편 길 사장은 19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이날 오전 팀원 이상 사원들이 참여하는 '사원과의 대화'에서도 입장을 표명한다. KBS 안팎에서는 길 사장이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장이 대통령 뜻이라며 그만두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에 따르면, 김 보도국장은 16일 밤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보도국장직을 맡았던 1년5개월 동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보도와 관련해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한 우리 보도가 절대 뒤지지 않고 비교적 잘한 보도라고 자평한 적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 쪽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청와대에서)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지금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해경 관련 보도가 꾸준히 나갔고 그런 요청이 잘 안 받아들여지니까 다른 루트를 통해서 전달된 것 같다. 다른 루트는 사장을 통한 루트"라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연락을 해왔다고 알렸다. 국정원 관련 기사에도 청와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사장의 개입이 다른 부분에 거의 없었는데, 국정원 수사에는 일부 있었다. 순서를 좀 내리라던가, 이런 주문이 있었다"고 답했다. 보도국장직을 사임하는 과정에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느냐는 질문에는 "사장은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내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 잠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회유를 했다. 그러면서 이걸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창피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람이 과연 언론기관의 수장이고 이곳이 과연 언론기관 인가하는 자괴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김 전 보도국장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길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국의 독립성을 침해해왔다며 길 사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한편, KBS 본부는 김 전 보도국장의 발언을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7일 오후 2시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