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향수, 립스틱 산업을 부흥시킨 프랑스의 코코 샤넬은 제정 러시아가 몰락한 뒤 망명한 이들을 사무 보조나 모델 등으로 채용한다. 이때 러시아 사람들이 식사할 때 즐겨 먹던 보르시치(당근을 끓여서 만든 붉은색의 러시아 수프)를 보고 힌트를 얻어 립스틱을 상용 제품으로 만들게 됐다고 한다.

# 립스틱 판촉을 위해 무료 샘플을 개발한 것은 에스티 로더였다. 처음 그녀가 무료로 고객들에게 화장품 샘플을 증정한 시도는 회사를 부도시킬 무모한 발상이라는 우려를 들었지만 오래지 않아 경쟁 화장품 회사들이 모방할 정도로 샘플 화장품 증정은 화장품 회사의 가장 강력한 판촉 수단으로 각광을 받게 된다.

#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클레오파트라'(1963)를 촬영할 당시 붉은 립스틱은 오직 자신만이 바를 수 있는 독점권을 요구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는 관객들이 자신의 입천장도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입천장 에도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 프랑스 감독 로저 바딤은 '그리고 신은 여성을 창조했다'(1956) 촬영 당시 아내였던 브리짓 바르도의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붉은 립스틱을 바르게 하고 의도적으로 입술을 삐쭉 내미는 행동을 하도록 했다. 영화 공개 이후 이 같은 제스처는 유럽의 대다수 여성들이 흉내를 내는 등 바르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 1950년대 독일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남성들을 위한 장난감이 바로 릴리 인형. 당시 릴리의 입술은 매춘부를 떠올려 주듯 짙은 붉은 립스틱을 칠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남성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여성에게 릴리 인형을 선물하면 입술을 포함한 그 이상의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로 사용했다고 한다. 릴리 인형은 후에 미국으로 건너와 어린 소녀들의 1등 애완용품으로 각광 받는 바비 인형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다.

# 미모의 여배우들이 현역 활동 기간 중 한 번쯤 립스틱 광고에 나서고 싶은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욕구 중 하나. 하지만 릴리안 러셀, 사라 베르하르트, 파라 포셋, 돌리 파튼, 메리 픽포드 등은 립스틱 CF 출연이 오히려 매출 감소로 이어져 '립스틱 광고 실패'를 거론할 때 언급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 앤디 워홀은 라이자 미넬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잉그리드 버그먼, 그레타 가르보, 주디 갈란드 등을 등장시킨 그림에서 이들 여배우들의 입술을 의도적으로 붉게 채색해서 섹시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한몫했다. 워홀은 립스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여배우들을 향한 찬사를 담은 에세이집 '입술'을 출간하기도 했다.

# 여배우들을 염두에 둔 립스틱이 출시된 사례도 종종 있다. 지나 데이비스의 '롱 키스 굿나잇' 이후 로랙사는 '롱 키스' 립스틱을, 어번 디케이는 '웨딩 싱어'의 드류 배리모어를 염두에 두고 립스틱 '웨딩 싱어'를, 이브 생 로랑은 '007 골든아이' 개봉에 맞춰 '007 립스틱'을 각각 출시한 바 있다.

# 작가 레이디 스턴은 '꿈꾸는 사람의 사전'을 통해 '꿈속에서 화장품을 사는 행동은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으로 풀이해 주고 있다. 그렇지만 남성이 여성의 립스틱을 구입하는 꿈은 신용을 잃어 사업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이며 '공공장소에서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가 꿈에 나오면 싸움에서 진다는 징조'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한 '남자가 립스틱을 바르는 것이 꿈속에서 나타나면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 서기 218년 15세의 나이로 로마 황제에 오른 엘라가발루스는 비단옷에 보석 그리고 보라색 립스틱을 바르고 벌거벗은 내시들에 둘러싸여 거리를 활보했다고 전해진다.

# 코코 샤넬은 숫자 5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 1921년 5월 5일 유명한 향수 '넘버 5'를 출시한다. 8년 후 그녀는 넘버 5 립스틱을 추가로 내놓는다. 이것은 지금도 여성들이 가장 즐겨 찾는 립스틱의 대명사로 사랑 받고 있다.

# 프랑스 루이 15세 정부(情婦)였던 퐁파두르 부인은 지나치게 화장하는 것에 몰두한 것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그녀는 죽기 직전에 '내 루주 단지를 가져다오!'라고 명령하면서 립스틱을 바르고 임종할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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