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밀월 행보' 속 경제협력·북핵 문제도 주목
(상하이=연합뉴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20~21일 열리는 제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이하 아시아신뢰회의)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지역안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의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토 분쟁,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북한 핵문제 등으로 동아시아 정세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라서 참가국들이 어느때보다 안보문제에 높은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부터 의장국을 맡은 중국은 아시아신뢰회의를 통해 아시아지역 안보공동체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청궈핑(程國平)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8일 상하이에서 가진 언론설명회에서 "참가국들의 아시아신뢰회의를 통한 안보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동등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일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설명회에서도 아시아신뢰회의를 상하이협력기구(SCO·중국 주도의 지역안보협력체)나 독립국가연합(CIS),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과 같이 지역조직으로 만들거나 체계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중국이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안보동맹에 맞서 나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회의에 참석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 외교를 통해 이런 입장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20일부터 동중국해에서 벌이는 대규모 합동 해상군사훈련 개막식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참석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양국의 이런 '밀착 행보'는 미국에 대한 견제는 물론 일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된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아시아지역 안보문제와 함께 경제협력과 관련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중앙아시아국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참가국의 상당수가 이에 해당하는 나라들이라는 점에서다.
중국 입장에서는 실크로드 경제권을 만들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에 맞서 배후 기지를 구축하고 동유럽 등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중국 인민일보는 이번 정상회의와 관련, "아시아 안보 협력과 경제 협력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면서 "아시아 안보 협력은 지역 경제 협력의 선결 조건이고 경제 협력은 지역 안전 협력을 공고화하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예고한 가운데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북핵문제는 아시아지역 안보문제와 직결되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과 국제사회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자제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연기설이 나오는 데다 북한과 여전히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핵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