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머리칼은 할로 금빛이죠. 입술은 놀랍도록 감미롭구요. 그녀의 손은 결코 차갑지 않습니다. 그녀는 베티 데이비스 같은 눈동자를 갖고 있죠"

1981년 4월 9일 발매돼 빌보드차트 9주 동안 1위를 차지한 킴 칸스의 대표적 히트곡이 바로 'Betty Davis Eyes'. 할리우드 역대 배우 중 가장 눈동자가 아름답다는 칭송을 받은 베티 데이비스는 이후 모든 여성이 갖고 싶어하는 눈동자의 표본이 된다.

2000년대 들어 캐서린 제타 존스는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를 가진 미녀 배우로 주가를 높인다.

마이클 커티스 감독의 '카사블랑카'(1942). 아프리카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미국인 릭 브레인(험프리 보가트). 그는 이곳에서 청춘 시절 파리에서 뜨겁게 사귀었던 첫사랑의 연인 일자(잉그리드 버그먼)가 독일군에게 쫓기는 레지스탕스 간부 라즐로(폴 헨리드)의 아내가 되어 돌아온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풋풋한 연정을 나누던 파리 시절. 칵테일 잔을 마주치면서 사랑의 밀어를 나눌 때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대사를 한다.

생체학자들은 시각 신경구조와 뇌 구조는 일맥상통한다고 말한다. 흔히 '뇌의 생각' '밖으로 드러난 뇌'를 지칭할 때 자연스럽게 '눈'을 떠올린다. '눈(동자)'은 '마음의 창' '신비스런' '매혹적인' '호수 같은'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붙어 인간의 내면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신체 부위다. 기쁘거나 슬플 때 감정이 복받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다.

릴리 피닉 자눅 감독의 '러시'(1991).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서 마약 중독자를 가장해 위장 침투했던 형사가 그만 마약 과용으로 숨을 거두고 만다. 그와 강력 사건 파트너였던 동료 여형사가 임무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동료 형사를 추억하면서 해변가를 달리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숙연하게 흐르는 배경곡이 바로 기타리스트 겸 가수 에릭 클랩튼이 아들의 죽음 앞에서 처연하게 작곡했다는 'Tears In Heaven'이다.

근육질 남성의 모습을 단골로 보여주며 모델, 뮤지컬 배우, 영화 배우, 가수로 주가를 높였던 자메이카 출신 엔터테이너가 바로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 007시리즈 '뷰 투 어 킬'(1985)에서 경마 승부를 조작해서 거액을 챙기고 있는 악당 막스 조린(크리스토퍼 월켄)의 보디가드 메이 데이 역으로 출연해 상대방의 오금을 제압하려는 듯한 검은 눈동자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 검은 마릴린 먼로라는 애칭도 들었다. 이런 세간의 평을 입증하려는 듯이 먼로의 창법을 모방해 94년 일렉트로닉 앨범 '블랙 마릴린'을 발매하기도 했다.

1991년 10월 7일부터 1992년 2월 6일까지 MBC 창사 30주년 기획 드라마로 방영돼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 '여명의 눈동자'. 일제 강점기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인 1953년 겨울까지 10년간 윤여옥, 최대치, 장하림이 겪는 순탄치 않은 인생 역정을 다뤘다.

청순한 여성 윤여옥(채시라)이 일본군 장교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중국 난징의 일본 육군 제15사단으로 끌려가 종군위안부로 살아가는 비참한 삶을 살던 중 조선인 학도병 최대치(최재성)를 만나 연민과 사랑을 겪고 급기야 빨치산 병사에게 전투경찰로 오인받고 총에 맞은 뒤 최대치의 품속에서 숨을 거둔다. 비련의 헤로인 여옥이 처한 극적인 상황은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해내 새삼 '눈은 세상을 담고 있는 창'이라는 말을 떠올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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