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토지 관련 길일인 '생기복덕일'에 '방' 덧붙여

바야흐로 봄 이사철이다. 이사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예전엔 주로 복덕방(福德房)이라 불렸다.

'복덕'이란 본래 복과 행운을 이르는 말이다. 그 뒤에 다른 말이 덧붙어 많은 용어들이 파생되는데, '복덕성(福德星)'과 '복덕일(福德日)'이 대표적이다.

'길흉'을 중시한 동양의 고대 점성가들은 수천 년 전부터 하늘에는 복덕을 주관하는 별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별로 운명을 논하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복덕성군'을 재물신이라 하여 금전이나 재물을 맡아보는 길신이라 하였다.

복덕방의 어원과 관련된 '生氣福德(생기복덕)'이란 말은 1521년 10월 14일자 <중종실록>에 보인다. 안처겸의 "지난달 28일로부터 이달 초아흐렛날까지를 배서(背書)하여 그날그날의 생기복덕을 벌여 쓰고"라는 진술에서이다. 이 '생기복덕'이 무슨 말인지는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 제4권 '선택' 편을 보면 자세히 나온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늘상 있게 되는 가택ㆍ혼인 등의 일을 치름에 있어, 언제 집을 지으면 좋을 지, 언제 가례날을 정하면 좋은가 등의 길성(吉星)을, 누구나 가려서 쓰기에 편리하도록 여러 가지 방술을 선택 기록해 놓았는데 크게 8가지로 나누어 놓았다.

대길일(大吉日), 생기일(生氣日), 복덕일(福德日), 천의일(天醫日), 평길일(平吉日), 절체일(絶體日), 유혼일(遊魂日), 귀혼일(歸魂日), 대흉일(大凶日), 화해일(禍害日), 절명일(絶命日)이다.

이 8개의 날(日)을 줄여 '생기일 복덕일'이라 하였고, 더 줄여 '생기복덕'이라 한 것이다. 그러니까 '복덕방(福德房)'이란 용어는 이 '생기복덕'을 다시 더 줄인 '복덕'에 '방(房)'자를 합한 말이라고 봐야 한다. 이렇듯 '복덕방'에서의 '복덕'은 본래 사람들의 주택, 토지, 혼사 문제 등의 길일(=생기복덕일) 등을 나타낸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조선 말경에 '방'이 덧붙은 '복덕방'이란 용어가 생기면서, '혼사' 등의 일은 제외하고 '토지'와 '가옥'에 관련된 일을 상담 및 소개해주는 곳으로 그 의미가 국한되었다.

'혼사'와 관련된 상담이나 소개 업무는 매파들이 맡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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