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에너피아 이후 정체된 사업 다시 기지개

전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2024년 361조원

죽도 에너지자립섬. 사진=한화에너지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태양광 ESS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부활할 조짐이다. 2015년 설립한 울릉에너피아가 포항지진으로 인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가운데 LS산전, 두산중공업, 신성이엔지 등이 꾸준히 업력을 쌓아가고 있다.

전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규모가 2024년 361조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다.

◇ 급성장한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마이크로그리드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때문에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대정전이 발생했을 때다.

당시 맨하탄 남쪽 상당부분이 정전으로 인해 암흑천지로 변했는데 바다와 인접한 몇 개 블록엔 전력이 정상적으로 공급됐다. 마이크로그리드가 작동한 덕분인데 전력을 공급받는 지역이 다른 암흑천지와 뚜렷히 대비돼 화제였다.

대정전 와중에서도 일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했듯이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광, 풍력 등 분산전원이 포함된 계통으로 독립운전이 가능하다.

최근엔 대학캠퍼스와 군부대 등에 마이크로그리드가 적용되고 잇어 계통과 연계된 마이크로그리드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약이 체결된 이후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분산전원이 확되되고 다양한 전력소스가 등장해 계통에 전력을 안정되게 공급하기 위해 소규모, 대규모 계통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가 확산되고 있다.

네비건트리서치와 GTM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연평균 19%의 성장률을 거두고 있다. 전체 시장의 41.3%를 아시아, 태평양이 차지하고 있고 32.5%가 북미의 몫이다.

특히 미국시장의 누적 용량은 2020년까지 4.3GW에 달해 마이크로그리드가 미국 전체 전력 계통의 30%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은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의 수명이 만기돼 새로운 전력공급원을 찾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약 160개의 다양한 마이크로그리드가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을 50%까지 가져가겠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39개의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LS산전이 서울대에서 진행하는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사업과 마라도의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 안좌도의 계통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프로젝트, 서거차도의 직류기반 도서지역 분산전원과 부하 연계 시스템 구축, 두산중공업의 잠도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이 비교적 최근에 내용이 알려진 연구들이다.

서울대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의 구성. 그림=LS산전 제공

◇ 서울의 대표적 마이크로그리드 ‘서울대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서울대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는 LS산전이 역점을 두고 진행 중인 사업이다.

서울대엔 문화시설, 병원, 실험동, 기숙사 등 다양한 전력소비 패턴을 가진 225동의 건물이 공존한다. 오래된 건물도 많고 새로 짓는 건물도 있어 마이크로그리드 설계를 다양화할 수 있다.

서울대는 국내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대학으로 1년 전기요금이 164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을 38MW까지 소비하는데 이 양은 전력 피크소비 2위인 전북대학교의 3배 이상이다.

서울대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은 2015년 6월부터 2019년 5월 사이 진행되고 있다. LS산전 외에 서울대, 한전 전력연구원, 나라컨트롤, 인코어드, 기초전력연구원, 대경 엔지니어링, 인하대 등 21개 기관이 참여한다.

사업 목표로 △독립운전 4시간 운영기술과 실증데이터 확보 △에너지 비용과 피크 부하 20% 절감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에너지 10% 저감 서비스 개발 등이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셀(cell) 시스템 영역과 사물인터넷(loT)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영역으로 구성됐다. 에너지 소비 특성과 에너지 절감 방법을 고려해 건물 용도별로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개발돼 ‘맞춤형’이라고 평가 받는다.

우선 강의동, 기숙사, 실험동, 행정동 등 각 모델이 모두 안착 가능한 사물인터넷 기반 셀 플랫폼을 조성해 두고 필요한 모델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게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을 설계했다. LS산전은 이를 ‘레고(Lego) 식 맞춤형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개발’이라고 부른다.

사물인터넷 기반 셀 플랫폼도 프리미엄, 노말, 가상 등 3종류로 만들었다.

프리미엄(premium) 마이크로 셀은 연구동이나 병원 등 정전이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적합하게 설계됐고 노말(normal) 마이크로 셀은 강의동과 기숙사 등 분산전원과 결합해 에너지 효율화가 필요한 곳에 알맞다. 가상(virtual) 셀은 분산전원이 없는 일반 부하로 구성된 셀로 사물인터넷 센서를 활용해 에너지 사용을 낮춘다.

전세계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시장도 급성장에 2020년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네비건트리서치는 추산하고 있다. 전체 마이크로그리드 중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가 42%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LS산전은 서울대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진행하고 있는 잠도의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그림=두산중공업 제공

◇ 성장이 제각각인 에너지자립섬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자립섬은 마이크로그리드의 대표 주자다.

우선 제주도가 풍력, 태양광, 스마트그리드, 전기차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섬을 2030년에 실현하겠다는 ‘탄소제로2030’을 추진하고 있고 2015년엔 울릉도를 에너지자립섬으로 만들겠다는 울릉에너피아가 설립된다. 한화에너지, LS산전, 두산중공업 등 기업들도 저마다 몇 개의 섬을 지정해 에너지자립섬 마이크로그리드를 연구 중이다.

제주도의 ‘탄소제로2030’은 순항 중이다. 이미 육상풍력과 해상풍력단지가 다수 설치돼 운행이력(track record)를 쌓고 있고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배터리 주차탑’을 구상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다만 도내 37만대의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확보에 부심하다.

한국전력과 LG CNS 등이 참여하는 울릉도 에너지자립섬은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릉도 에너지자립섬은 지열을 기저부하로 삼아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을 발전원으로 이용하기로 애초 설계됐다. 사업 와중에 연료전지의 경우 LNG나 수소가스를 육지에서 운송해 지속적으로 공급해야한다는 문제에 부딪쳐 계획에서 빠졌으며 지열발전은 포항지진의 원인이 포항지열발전소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혹에 부딪쳐 지열 시추공 확보 계획이 무산됐다.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울릉도 에너지자립섬은 분산발전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상하고 있다.

LS산전이 마라도에서 2010년 2월~2013년 1월 사이 진행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은 태양광발전기가 전력을 과다 생산해 주파수를 우지하는 디젤발전기에 부담을 줬다.

한국의 가전기기는 전력 주파수가 60Hz일 때 사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태양광이나 디젤발전기로 생산한 전력의 주파수도 이에 맞춰야 한다.

마라도에선 디젤발전기가 주파수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에 맞물린 태양광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의 주파수가 60Hz 이상이 되는 바람에 디젤발전기의 효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LS산전은 인버터(PCS)의 출력을 40kW로 제한해 태양광발전의 출력을 억제하며 태양광-디젤 마이크로그리드를 유지하고 있다.

계통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안좌도의 경우 계통이 정전될 때 독립운전으로 전환이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2014년 10월 준공된 안좌도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프로젝트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설치돼 있다.

정전시 마이크로그리드가 가동해야 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으로 50kW급 인버터(PCS)가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 사실이 지목됐다. 사업자인 LS산전은 인버터의 적정용량을 다시 산정하겠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두산중공업은 잠도에서 에너지자립섬 실증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잠도엔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디젤발전기가 함께 설치돼 있다.

두산중공업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이미 잠도엔 40kW급 비상발전기(UPS) 1대가 설치돼 있고 이용 효율이 저하된 태양광발전설비와 납축전지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납축전지의 용량과 태양광발전설비가 최적화되지 못해 제 성능을 내지 못했다.

두산중공업은 기존 1상2선식 선로를 3상4선식으로 바꾸고 태양광발전설비와 리튬이온전지형 에너지저장장치, 디젤 발전을 추가해 전력공급 능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원관리시스템(P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새로 개발해 적용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동향.그림=LS산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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