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토목공사 비중 크기 때문"…해수부 제도 정비방안은 '옥상옥' 우려도
14일 해상풍력 정책포럼 열려…해상풍력 특별법 등 토론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해상풍력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김원이 의원(민주당)이 2021년 발의한 법안이 유일했지만, 최근 국민의힘 소속 한무경 의원과 김한정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해상풍력 특별법’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해상풍력을 지지하고 나선 이면엔 해상풍력 시설 건설이 가져오는 건설부양책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가 해상풍력에 대한 주민 수용성 제고 등 해상풍력 제도 정비를 제안했다. 해상풍력사업자들은 해수부 제안에 대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하 KMI)과 에너지전환포럼이 14일 제1회 해상풍력 정책 포럼을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은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포럼에는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 육근형 KMI 해양환경공간연구실장 등이 참석해 해상풍력 특별법을 둘러싼 주요 이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사)에너지전환포럼이 14일 개최한 제1회 해상풍력정책포럼. 사진=안희민 기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사)에너지전환포럼이 14일 개최한 제1회 해상풍력정책포럼. 사진=안희민 기자

최 팀장은 김원이·한무경·김한정 의원 입법에서 거론되는 ‘해상풍력 계획입지’에 대해 성토했다. 계획입지는 정부 주도로 개발되는 해상풍력단지로, 정부가 어민 수용성과 각종 인허가 등을 수행하고 사업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 팀장은 “해상풍력 계획입지에 발전사업자가 참여하려면 전기사업법 상 해상풍력사업 인허가권을 반납하고 계획입지 입주 경쟁입찰에 참여해야하는데 정부가 아무리 좋은 보상책을 제공한다해도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 실장은 한무경 의원안을 적극 추천하며 어업인 참여와 의견수렴을 강조했다. 육 실장은 “한국의 서남해는 영국보다 공간적으로 협소(compact)하고 해상풍력발전 사업기간이 2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더이상 ‘무해통항(외국 배가 어떤 나라의 평화·질서·안전을 해치지 않고 영해를 통과하거나 항구에 출입하는 것)’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육 실장은 아울러 오는 6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유수면법'이 해양공간 계획과의 부합 여부, 해양환경, 해양생태계, 자연경관, 해상교통안전, 어업활동 등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개정 공유수면법으로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해수부가 간여할 수 있는 부분이 커졌다는 것이다. 

해양풍력 특별법을 발의한 의원들의 입법안 특징. 그림=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육근형 실장 제공
해양풍력 특별법을 발의한 의원들의 입법안 특징. 그림= KMI 육근형 실장 제공

해상풍력발전사업자들은 표면적으로 침묵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입법안과 해수부의 간여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사업자의 A씨는 해상풍력 특별법에 대해 “계획입지법안이 없더라도 해상풍력발전사업자들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외국계 개발사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사업자 B씨는 “어민들의 해상풍력 수용성을 해결해 준다면 해수부가 간여하는 것이 맞지만 이해당사자가 아닌 이상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양풍력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분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계획입지 제도는 해상풍력발전사업자들을 공개경쟁시켜 전력구입단가를 낮추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판매 단가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 비해 비싼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금융 비용과 인허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부는 태양광에 이어 풍력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진행하는 고정가격계약 공개경쟁입찰시장(선정계약시장)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 경쟁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IEA는 시장 경쟁체제를 형성하면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단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전문가는 “계획입지제도는 오래전부터 전력구매 당국이 추진하던 제도”라며 “해상풍력발전사업자 간 공개경쟁을 통해 전력 단가를 낮추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조성과정에서 대규모 건설토목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건설부양책의 일환으로 해상풍력 발전을 추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해상풍력사업은 토목공사 비중이 30%에 달한다. 서남해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 한국해상풍력(주)이 2017년 발간한 해상풍력사업 현황자료집에 따르면 2010년 더글러스 웨스트우드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기초(foundation)와 설치(installation) 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6%, 13%였다.

POSRI 이슈리포트(2018년 6월14일) ‘아시아에 불어오는 해상풍력’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 공사 과정에서 설치와 완공 공사의 비중이 12%이며, 운영 유지보수 서비스 35%, 개발 3%, BOP 19%, 해체 4%에 달한다. 흔히 ‘해상풍력’을 말할 때 터빈을 연상하는데 블레이드 등 부품 제조와 터빈조립 등 터빈공급 분야는 27%에 불과하다.

해상풍력사업의 부문별 비중을 분석한 서베이 결과 그림=안희민 기자
해상풍력사업의 부문별 비중을 분석한 서베이 결과 그림=안희민 기자

따라서 여야 의원들이 해상풍력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건설토목공사를 통한 종합적인 경기부양책 성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무경 의원은 모 전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해상풍력은) 조선, 철강, 해양 플랜트 산업과 밀접히 연관돼 있고 타워, 하부구조물, 설계시공 등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상당한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간 탈원전, 탈탈원전의 이분법적 대립으로 맞섰던 여야가 ‘필요’에 따라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