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취임 후 '고객 경험' 경영 화두로
스마트폰·태양광 패널 접고 전장사업 강화
'구광모 2기 체제' 안정 다지고 혁신에 초점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가치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도 혁신해야 합니다."

'고객 경험'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고객 경험을 경영 화두로 삼고 매년 신년사에서 이를 강조해왔다.

첨단 기술 기반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매출의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는 LG그룹에서 총수가 기술 혁신이 아닌, 고객 경험 혁신을 화두로 삼은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은 제품 혹은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직접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 때문에 감동한다"며 고객 경험 혁신을 주문했다.

LG그룹에서 매출이 높은 기업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의 순이다(지난해 기준). 하지만 LG전자, LG유플러스 등 일부를 제외하곤 일반 소비자와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연구소를 방문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연구소를 방문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LG 제공

그룹의 오너가 직접 나서 고객 감동, 고객 가치를 언급한 것은 LG그룹 전체를 겨냥한 감성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4세 경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하고, 일반 소비자가 바라보는 LG그룹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취임 5년차,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2018년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총수가 됐을 때 재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취임 당시 40세였던 그가 과연 LG를 이끌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당시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그룹의 대표이사 회장에 단숨에 오르면서 세간의 우려는 더 컸다. 재계에선 사장 또는 부회장 승진을 예상했지만 이를 깬 파격 승진이었다.

당시 구 회장은 이사회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의 자산을 계승 및 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취임 5년차를 맞이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대해선 선대 회장들의 기업경영 가치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특히 구 회장은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성장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태양광 패널. 사진=LG전자 제공
태양광 패널. 사진=LG전자 제공

수년간 적자를 이어온 LG전자 모바일사업을 지난해 7월부로 종료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국내와 북미 지역에서 두자릿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태양광 패널 사업도 접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0일자로 손을 뗀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태양광 사업을 해왔지만 최근 수년간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머물렀다.

반면 자동차 전장(전기창치) 사업은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LG전자는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동력전달장치(파워트레인)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실용주의를 앞세우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닻올린 '구광모 2기 체제’, 변화와 혁신에 방점

구 회장은 LG그룹에서 오래 몸담은 핵심 인물들로부터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올해 만 44세의 구 회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피'에 해당하는 만큼 경영 능력 함양을 위해 스스로 핵심 조력자들을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

권영수 ㈜LG 부회장이 구 회장 체제 첫 3년 동안 구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난해말 인사에서는 권봉석 전 LG전자 사장이 승진과 함께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된 권봉석 부회장은 그룹 의사 결정에서 구 회장의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사진=LG전자 제공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사진=LG전자 제공

지난해말 임원 인사에서 '구광모 2기 체제'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구 회장의 경영 색깔이 뚜렷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룹 내 구 회장의 안정적인 연착륙을 도왔던 권영수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이동했다. 구 회장은 권봉석 부회장과 함께 변화와 혁신에 초첨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계열사들의 양호한 실적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LG그룹 전체 시가총액은 SK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지난 1월27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국내 그룹별 시총 순위가 단숨에 바뀐 것이다.

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써냈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액 70조원을 돌파했다.

LG디스플레이는 3년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3.1% 증가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했다. LG화학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직접 사업의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4% 증가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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