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여성정책 모두 사라지는 게 아니다"
민주당 내서도 이견…새정부와 관계 설정 고심
정의당 “갈라치기의 상징...통합과 거리 멀어”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공약 이행 의사를 재확인함에 따라 여가부 폐지와 존속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여가부 폐지는 5월10일 대통령 취임 전까지 활동하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수위 구성안 등을 발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가부에 대해 "이제는 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폐지 추진 의사를 재확인 했다.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와 관련한 정치권의 이견이나 반발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는 질문에 "불공정, 인권침해, 권리구제 등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도 여가부 폐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우리를 ‘반(反)여성’ ‘여성을 버렸다’, 이런 프레임에 (씌우는 것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갈라치기와 갈등 조장이 아닌 방법으로 여성을 여자 인간으로서 더 잘 존중하고, 휴머니즘으로 인권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고문 및 정책위원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여성정책이 모두 사라지는 게 절대 아니다”며 “여성 안전에 관한 공약이 사법 공약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것만 지킬 수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하고 살기 좋은, 여성들이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인수위는 여가부에 공무원 파견을 전격 요청해 국장급 한 명과 과장급 한 명을 추천받았다. 파견된 여가부 직원들은 조직개편 등과 관련한 실무작업을 돕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는 향후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에 중점을 두고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엇갈리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일단 비대위 내에서부터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불꽃’ 출신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여가부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는 질문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채이배 비대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것을 새로 만든다면 여가부 폐지는 수용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부처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는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입장도 여가부 기능이나 역할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도 여가부가 지금의 기능대로는 안 된다고 했고 다른 이름으로 개편하려고 하지 않았냐”고 밝혔다.
장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폐지는 미래를 폐지하자는 것과 같다. 여가부를 ‘평등가족청소년부’로 개편해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성평등 정책 관점에서 그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확대 개편’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상민 의원은 14일 오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고 하는데 (민주당과는) 매우 상반된 시각”이라면서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은 여전히 필요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수정 보완을 해서라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윤석열 인수위의 여가부 폐지는 대책 없는 막가파식 일방통행의 시작”이라면서 “여가부 폐지를 민주당은 국민 이름으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전날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MB 인수위 때도 여가부,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었으나 실패했다. 정부조직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가부 폐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일단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의당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연 대표단 회의에서 "윤 당선인은 새 정부에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당선 직후 강조한 통합과 협치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행보"라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준석식 갈라치기의 상징이었는데, 지지층을 결집하는 슬로건이었을 지는 몰라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