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정유사의 수익성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배럴당 14달러에 근접하며 2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3.95달러를 기록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작년 8월까지 배럴당 5달러를 밑돌았다. 지난해 9월부터는 점차 개선세를 보이더니 해가 바뀌면서 손익분기점을 웃도는 6~7달러대에 안착했다.
지난달 첫째주 배럴당 5.7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둘째주 12.1달러로 6달러 넘게 급등했다. 이어 셋째주 배럴당 7.76달러로 다소 움츠러들었으나 넷째주 다시 6.11달러 오른 13.87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 내 석유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정제마진이 크게 오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등·경유 중심으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발생한 유럽 내 석유제품 공급 차질이 이미 미국과 아시아까지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제품 재고가 가파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러시아 제재로 시작된 공급 차질과 제품 가격 강세가 서로 얽히고 얽혀 좀처럼 쉽게 해결되지 못해 정제마진 강세는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돌면서 정유사들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은 밝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7500억원,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1조억원을 각각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생산량 증가로 공급 타이트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다소 하락했다.
OPEC+는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소폭 늘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유가 방향성을 바꾸기에는 미미한 규모이지만 증산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하던 기존 입장을 완화시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내 수입 비중이 큰 두바이유는 지난 1일 기준 배럴당 101.61달러를 기록했다. 110달러선이었던 전주(3월 21일~25일)보다 10달러가량 내렸다. 같은 기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도 각각 배럴당 99.27 달러, 104.39달러로 집계되며 전주보다 하락 마감했다.